팔레스타인 양대 정파 하마스-파타 “과도 단일정부 구성” 전격 합의
입력 2011-04-29 00:50
팔레스타인 양대 정파인 ‘하마스’와 ‘파타’가 과도 단일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참여한 정부와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4년 만에 다시 한 배=하마스와 파타 대표단은 27일(현지시간) 과도 단일정부 구성과 앞으로 1년 내 총선 및 수반 선거 실시 등 5개 항목에 합의했다고 이집트 관영통신 메나를 인용해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잠 알아흐메드 파타 측 협상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립적인 인물로 구성된 단일정부를 세운 후 총선과 수반 선거를 준비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시민 혁명이 성공한 이집트의 중재로 지난 2주간 진행됐다.
이날 합의로 두 정파의 군대는 아랍국의 감시 아래 정부군으로 통합되며, 양측이 수감하고 있는 상대편 지지자들도 석방된다. 아랍연맹은 선거를 비롯해 이날 합의된 사항의 이행을 감시하게 된다.
두 정파가 단일정부 구성에 합의함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오는 9월 유엔총회에서 추진하려고 계획 중인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승인 문제도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하고 과격투쟁을 벌이는 강경파다. 반면 파타는 이스라엘과 대화를 통해 평화를 추구한다. 물과 기름처럼 다른 성향이지만 두 정파는 2006년 함께 정부를 구성한 적이 있다. 당시 총선에서 하마스는 132석 중 73석을 차지하면서 집권했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 사회의 제재로 어려움에 빠지자 파타를 내각에 끌어들여 재제에서 벗어나려 했다.
불안한 동거는 2007년 6월 하마스 측이 파타 측 군대를 가자지구 밖으로 몰아내는 등 유혈사태가 벌어지면서 끝났다.
◇이스라엘과의 관계 진전은 불투명=팔레스타인은 내부 통합을 이뤘지만 이스라엘과의 관계 진전은 여전히 먹구름이 가득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하마스의 목적은 이스라엘을 파괴하는 것이다”고 적개심을 보이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마스 고위관계자인 마흐무드 자하르는 “파타와의 단일정부 구성이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며 팔레스타인 단일정부가 이스라엘과 평화협상을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가 보도했다.
토미 비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팔레스타인의 화해가 평화 증진을 전제로 한다면 환영한다”면서도 “하마스는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단체”라고 경계했다. 그는 “새 정부는 폭력 포기, 과거 합의 준수, 이스라엘 존립권 인정 등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