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박근혜, 당무 참여 시사… 대권행보 시동 관심
입력 2011-04-28 18:29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본인의 당내 역할 확대를 암시하는 발언을 해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박 전 대표는 28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자리에서 “당이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내가 당 전면에 나서면 이명박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지방선거나 재보선 등 주요 정치 현안과도 거리를 둬왔다. 그러나 이날 발언으로 기존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추측이 분분하다.
친박근혜계 핵심 관계자는 “현 정권 내내 친이명박계가 당의 주도권을 행사해 왔고 이런 상황이 변해야만 박 전 대표의 당무 참여가 가능하다”고 전제한 뒤, “박 전 대표 발언의 의미는 ‘당에서 친박계가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나름의 역할을 해서 내년 총선이나 대선까지 노력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운신의 폭을 넓혀 가겠다는 얘기다.
일단 박 전 대표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다시 당 대표를 맡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새로운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와 ‘화합’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친박계 주변에서 흘러나온다. 다른 친박계 인사는 “새로운 당 대표가 기존처럼 친이계 색깔만 가진 사람이 되면, 박 전 대표가 나서서 도울 수 있는 틈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계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가 정치적 의도 없이 원론적 발언을 한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한 중진 의원은 “당 구성원으로서 위기 극복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뜻”이라며 “당분간 큰 입장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도 “대선이 1년6개월이나 남은 시점에 당내 정치를 재개하기는 부담이 크다”며 “이번 발언이 본격적인 당내 활동 재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의도와 상관없이 한나라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박근혜 쏠림’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서초구 거주 오피니언 리더들의 모임인 ‘서초포럼’ 강연에서 대권 도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며 박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홍 최고위원은 또 “나는 박 전 대표의 보완재이지, 대체재가 아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