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의회, 한일도서협정 사실상 비준… 조선왕실의궤 5월 돌아온다
입력 2011-04-28 18:20
일본 궁내청에 보관된 조선왕실의궤 등 1205책을 반환하는 한·일도서협정이 28일 일본 중의원 본회의를 통과해 사실상 비준됐다. 다음달 중순 열릴 참의원 본회의를 통과해야 비준 절차가 끝나지만 조약의 경우 중의원 가결 우선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참의원에서 반대해도 협정이 발효된다.
문화재청은 도서협정 비준이 종료되면 전문가로 구성된 실사단을 파견해 일본 측과 공동으로 도서를 최종 확인하고 반환 방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를 위해 도쿄를 방문하는 다음달 하순쯤,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한국도서가 귀환할 전망이다.
오대산 사고(史庫)에 보관돼 있던 조선왕실의궤가 일본으로 반출된 것은 1922년. 조선총독부가 기증 형식으로 일본 궁내청에 가져갔다. 한국은 1965년 일본과 국교를 재개하고자 한·일기본조약을 맺으면서 약탈 문화재도 반환하라고 요구했지만 의궤의 경우 궁내청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돌려받지 못했다.
89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한국도서는 150종 1205책이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에 따라 1432점이 돌아온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세목별로는 조선왕실 의궤류가 81종 167책을 차지하고 기타 규장각 도서가 66종 938책, 증보문헌비고 2종 99책, 대전회통 1종 1책 등이다.
초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반출한 도서 중 궁내청 소장품은 77종 1028책으로 이 가운데 11종 90책은 65년 ‘한·일 문화재협정’에 따라 반환되고 이번에 잔여분 66종 938책이 돌아온다. 이에 포함된 도서 중 무신사적(戊申事績·1책) 을사정난기(乙巳定難記·1책) 갑오군정실기(甲午軍政實記·10책) 등 6종 28책은 국내에는 없는 유일본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
또 영남인물고(嶺南人物考·7책) 여사제강(麗史提綱·14책) 동문고략(同文考略·35책) 등 7종 180책은 국내 도서와 판본이 다르거나 일부만 있어 이번 도서 반환으로 유일본 전질을 구비할 수 있게 됐다. 대전회통(1종 1책)은 1865년(고종 2년)에 편찬된 조선시대 마지막 법전으로 ‘조선총독부 도서’라는 장서인이 날인돼 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