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초중고생 ADHD·우울증 검사한다더니… 매뉴얼도 없이 허둥대다 올스톱

입력 2011-04-28 21:21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말 발표했던 서울 초·중·고교생 우울증 및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전수조사 계획이 준비 부족으로 중단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은 사업을 떠들썩하게 홍보만 해놓은 꼴이어서 곽노현 교육감은 ‘아마추어리즘’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시교육청은 2011년부터 서울시내 초등학교 1, 4학년생 18만여명을 대상으로는 ADHD, 중1과 고1 23만여명을 대상으로는 우울증 선별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시교육청과 산하기관인 서울시학교보건진흥원은 지난 3월부터 우울증·ADHD 검사를 위한 담당교사 교육을 시작해 4월부터는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4월이 다 지나가고 있지만 담당교사 교육 단계에서 사업은 중단됐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정신질환 선별검사에 대한 의학계의 반발이 거세고 사업을 시작할 준비도 안 됐기 때문이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병원이 아닌 학교에서 비의료인이 검사를 실시토록 한 시교육청의 계획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개발한 ‘청소년 대상 우울증 선별검사에 관한 권고안’에 따르면 청소년 우울증 선별검사는 진단, 치료, 추적이 가능한 의사에 한해 실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선별검사는 1차 자가진단 검사, 2차 보건교사나 전문상담원 면담 조사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김영식 교수는 “시교육청에서 ADHD나 우울증 검사를 비만이나 혈압 측정검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도 ADHD 선별검사 이후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오남용하는 등 부작용이 많아 중단됐다”고 말했다. 또 “시교육청이 계획한 자가진단식 설문조사에는 검진전문가가 투입되지 않아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이 나오면 학생에게는 정신질환자라는 낙인이 찍힌다”고 말했다.

학교보건진흥원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이뤄졌던 선별검사와 달리 전체 학생을 조사하기 때문에 계획을 전체적으로 다시 검토하고 보완하기로 했다”며 “(중단된 것이) 어느 한 가지 이유 때문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문 인력 확충 등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아직 검사 매뉴얼도 만들지 못했다”며 “언제 검사를 시작할지, 시행이 가능한지는 아직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학생인권 문제, 검사의 정확성 논란으로 시행이 중단된 다른 국가 사례를 검토했어야 했다”며 “전시성, 홍보성 사업을 갑자기 실시하면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