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연기금 의결권 공개적 행사 환영”

입력 2011-04-28 18:18

“별로 신경을 안 쓴다. 공개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환영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8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밝힌 ‘연기금의 주주의결권 행사로 대기업을 견제해야 한다’는 발언에 이같이 말했다.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하다 1층 로비에서 만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재계가 곽 위원장의 발언에 ‘연기금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써가며 강하게 반발했던 것과는 다른 표현이다. 이 회장이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발언을 “사회주의인지, 공산주의인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반대한 것과도 차이가 난다.

삼성 관계자들은 이 회장의 발언은 원론적인 수준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주주는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연기금이든 누구라도 주주의 권한을 행사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회장이 곽 위원장의 뜻에 동의한 것 같지는 않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곽 위원장의 발언을 ‘환영’한 것이라기보다 ‘신경을 안 쓴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5%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해도 내외의 우호지분을 합치면 회사경영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는 아닌 만큼 해볼 테면 해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 회장의 지분은 3.38%지만 삼성물산과 삼성복지재단, 삼성화재 등 계열사의 지분을 합치면 국민연금보다 많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연기금 발언에 대해 “경제계 고위 단체들이 다 불쾌하다고 하는데, 그 한복판에 있는 분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생각이 깊다. 수가 높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금 관리에 대해 투명하게 거버넌스(관리체제)를 세우면 (주주권 행사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회장의 발언을 전해들은 곽 위원장은 “이건희 회장도 찬성하는데, 반대하는 내부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그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반대하는 것은 자본주의 발전에 대한 철학이 없어서 또는 관료화돼서 그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