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사임한 강북제일교회 황형택 목사 인터뷰
입력 2011-04-29 14:26
서울 강북제일교회 황형택(50) 목사를 만났다.
황 목사의 담임 목사직 사의 표명과 강북제일교회당회의 수리 등이 외부에는 워낙 급작스런 일로 비쳐졌다. 2005년 10월 황 목사 부임 이후 강북제일교회는 강북지역이라는 한계를 딛고 뚜렷하게 성장했다. 황 목사에 대한 교계의 평도 호의적이었다. “강남에 오정현 목사가 있다면 강북에는 황형택 목사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 황 목사의 사표제출과 임시 당회의 수리 소식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교계 안팎에서는 황 목사 사임과 관련한 각종 소문들이 무성하게 일어나고 있다. 재정 문제 때문이라는 소리에서부터 ‘여성 문제에 발목 잡혔다’는 ‘설(說)’도 제기됐다. 동탄 등지에 개척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27일 황 목사와 2시간 남짓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황 목사 사임 소식을 접하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그러다 26일 저녁 황 목사로부터 전화가 왔고, 다음날 만나게 됐다.
만남의 결과 재정 문제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문제의 소지가 있었고 해명이 필요했다. 그러나 여성 문제에 대해서는 “0.01%도 거리끼는 것이 없다”며 부인했다. 오히려 “제발 거론되는 의혹을 파헤쳐 조사해 달라”고 까지 했다. 서로 눈을 쳐다보며 “하나님 앞에서 진실한가?”라는 질문을 했다. 그 질문에 “일점일획도 거리낄 것이 없다. 정말이다”라고 답했다.
국내에 개척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새로운 목회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이번 일이 증폭되어 목회를 할 수 없는 일이 온다면 별 수 없다고 했다. “목사로서 목회를 하는 외에도 다양하게 하나님을 섬기는 방법이 있지 않느냐”는 말도 했다.
다음은 황 목사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
-어떻게 해서 이런 사태가 오게 됐는가?
▲이번 일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내게 부정적인 몇 분의 집사님들과 장로님들의 합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부 집사님과 장로님들이 나의 목회 방침에 부담을 많이 가지 신 것 같다.
전임 윤덕수 목사님의 목회 방침은 목양은 목회자들에게, 모든 행정은 장로들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윤 목사님이 장로님들께 “이런 일을 해 보시오”라고 하면 장로님들이 목회자를 불러 협의하고 진행하는 식으로 일이 되어갔다. 그런데 내가 온 뒤에는 목회자들과 목회를 논의하고 일 진행하는 중에서 장로님들의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받았다. 이게 큰 갈등의 요인이 된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원래 그렇게 배웠다. 원래 배웠다는 말이 어색하지만 그것이 내 목회의 방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목회 기획실도 만들었다. 그 팀들과 건강한 목회를 위해 계속 논의했다. 기획실 소속 목회자들은 심방하지 않고 나와 계속 목회에 대해 논의했다. 그게 점점 장로님들에게 부담이 된 듯하다. 그러면서 하나 둘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부드럽게 보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강한 편이다. 장로님들과 격론 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교회가 성장하니 장로님들도 참아주신 것 같다
그러다 한 집사님과 안수집사님들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주동적 인물은 약 7명에서 10명 정도로 전면에 나오는 분들은 3,4명 정도다. 그들이 나에게 53가지에 대해서 질의 했다. 그것이 블랙메일처럼 번져 나갔다. 나는 당회에 그 53가지 질의에 설명했다. “처음 발단은 이렇지만 이들이 적어놓은 결론 부분과는 다르다”고도 말했다. 정직하게 해명 했음에도 장로님들 사이에서도 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계셨다. 그것이 8개월 전부터 시작된 일이다. 외부에는 갑작스럽게 비쳤겠지만 꽤 긴 시간동안 진행된 일이다.“
-재정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고 하는데...
▲나를 반대하는 측에서 돈 문제를 걸고 들어왔다. 영수증을 처리하지 않고 많은 돈들을 유용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에게 돈 문제가 솔직히 없다. 다만 과거의 관행에 따라 해 온 것이 적지 않았다. 그 관행적인 것이 사회통념상 어긋난다면 미안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을 지금 와서 모두 영수증 처리하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나의 사례비와 목회지원비(판공비) 등은 교회에서 정해준 액수였다. 여 선교회가 바자회 등 수익금으로 내게 준 돈은 과거 윤 목사님이 받았던 것과 똑같이 받은 것이다. 그런데 반대하는 사람들이 재정 문제를 들고 검찰에 가겠다고 말했다. 교계에 부정적인 변호사들은 나의 재정 지출이 횡령일 수 있다고 의견을 낸 것으로 안다. 그래서 그들은 재정문제로 나를 공격하면서 사임하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하고 오마이뉴스에 가서 폭로하겠다고 했다.
한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카페 수익에 대한 문제가 있다. 카페를 시작할 때 여선교회가 맡았다. 여선교회 회장이 카페를 맡아 운영했다. 여선교회 회장이 카페 수익금까지 같이 내게 줬다. 목회지원비 형태로 준 것이다. 처음 시작은 그랬지만 당회 결정을 거치지 않은 것은 죄송한 일이었다. 나중에 (지금부터 4,5개월 전) (그 돈을) 내놓으라면 내놓겠다는 이야기 까지 했다.
-구체적인 액수를 밝혀달라
▲가장 최근 사례비로 850만원을 받았다. 부임 첫 해에는 400만원을 받다 매년 올린 것이다. 목회지원비(판공비)는 750만원 받는다. 이 역시 첫해에는 400만원을 받았다. 여 선교회에서 부임 첫해에 1800만원, 다음해 2000만원(연간)을 줬다. 2007년에 카페 수익이 생겨 4000여만 원 정도 더 많은 돈을 받았다 2009년에 여 선교회 임원이 수익금을 주면서 “이 돈에 대해 말들이 있습니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여러분이 목사에게 건네줬으면 믿고 주어야 하지 않는가. 그렇게 믿지 못한다면 아예 주지 말아라”고 했다. 그러다 오해도 되겠다 싶어 그해 헌금 말고 5000여만원, 다음해에 6000여만원 교회에 냈다.
-자녀 유학자금 문제도 있다는데...
▲부임 초기 아이들을 유학 보내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이미 아이들은 15년 넘게 미국에 살고 있었다. 대학원생과 대학생, 고등학생 학비로 연간 1억 조금 넘게 들어간다. 교회가 어려운데 그 정도 학비를 내고 다녀야 하는가라는 소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도 불거지자 장로님들께 말했다. “처음부터 내게 ‘우리교회는 자녀 학비를 한국 학생기준으로 제공한다’고 말했으면 된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미국에서, 혹은 한국내 외국인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결정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지금 그렇게 이야기 하면 어떻게 되는가”라고 말했다. 장로님들은 “우리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람들(반대 측) 이야기다. 당회는 그렇게 결정했었다”고 설명했다.
-재정 문제라고 하지만 정말 그 문제로 교회를 사임했는가? 그렇다면 사임해야 할 국내 목회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목자로서 믿고 따른 양들에 대한 책임은?
▲나는 장로님들에게 “지금 검찰에 간다면 옳고 그름을 떠나서 대형교회가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데 나까지 올라가서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주고 싶지 않다.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진심이다.
나를 지지하는 분들은 법정까지 가자고 했다. 인간적으로 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교회는 문제를 교회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다. 지지하는 분들이 서명하려 했을때 하지 말라고도 했다. 교회가 부족한 것 많지만 뭔가 세상과 다른 모습 보이고 싶었다. 위기지만 이 위기를 그런 교회의 모습을 보이는 작은 원동력으로 쓰고 싶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나님이 기회 주시는대로 할 것이다. 이것이 증폭되어 어쩔 수 없다면 목회 할 수 없다면 안해도 된다. 누구 하나 나무라고 싶은 마음 없다. 하루빨리 교회문제가 가라앉기 바란다. 내가 사임을 하니 사람들은 ‘분명 다른 문제가 있을 것이다. 돈을 엄청 먹었나 보다...’라고도 한다. 그러나 다른 문제는 없다.
사표를 내면서 난들 왜 파장을 생각하지 않았겠는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그냥 하나님께 맡기고 싶다. 하나님께서 목회 하지 말라고 하면 안하면 되지 않는가. 목사가 아니어도 목회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본다. 돈 문제로 따지자면 ‘보통 대부분의 대형 교회에서 겪는 문제 일 텐데 왜 하필이면 저에게 터트렸습니까?’라는 질문을 하나님께 하기도 했다. 그때 깨달았다. 하나님이 “내가 너에게 참으로 많은 것 줬는데 너는 나에게 너무 적게 바쳤다”고 하시는 것 같았다. 마음으로는 하나님이 한번만 더 기회 주시면 정말 하나님 기뻐하시는 사역을 하고 싶다.
-여성 문제도 있다는 소리가 있다.
▲여성 문제는 전혀 없다. 주위에 여성들도 별로 없다.
-그럼에도 여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하나님 앞에서 거리낄 것 없는가?
▲없다. 정말 없다.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 문제가 있으면 제발 조사해달라. 여성 문제에 관해 하나님 앞에서 일점 일획이라도 거리낄 것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 황 목사는 거론되는 여성의 전화번호까지 줬다. 조사해 보라면서. 그 여성이 결혼할 때 주례까지 섰으며 그녀는 자신을 ‘영적 아버지’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강남권에 개척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생각해 본 적도, 계획한 것도 전혀 없다.
-순식간에 강북제일교회 교인 중 7000여명 정도가 황 목사를 지지하는 서명을 했다. 그토록 성도들의 절대적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데...
▲10여명 정도가 7000명 서명 받은 것 보고하러 왔다. 무릎 꿇고 울면서 “목사님, 용서해 주세요. 지난 8개월동안 그렇게 괴로우셨어요? 목사님이 늘 웃고 교회도 성장하니 태평성대인줄 알았습니다. 이제부터 24시간 기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 분은 대화 마칠 때 까지 꿇어 앉아 계셨다. 성도님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내 인생에 강북제일교회 사역만큼 즐거웠던 시간이 다시 올까 생각이 들만큼 나는 교회 사역에서 기쁨을 누렸다. 더 많은 성도님들을 품지 못했던 나의 성숙치 못함과 알게 모르게 상처 주었던 나의 미숙한 언어와 행동에 대해 사과드리고 싶다. 부끄럽지만 하나님을 향한 내 믿음의 양심만은 한 번 헤아려 주기 바란다.
(황 목사는 28일 미국으로 떠났다. 5월 초 한국으로 돌아와 공식적으로 성도들에게 사임을 발표할 계획이다. 노회의 절차가 남았지만 목회자의 의지가 강하기에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일보 아이미션라이프부 이태형 부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