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노을

입력 2011-04-28 17:51

이성복(1952∼ )

당신이 마냥 사랑해주시니 기쁘기만 했습니다

언제 내가 이런 사랑을 받으리라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당신 일만 생각했습니다

노을빛에 타오르는 나무처럼 그렇게 있었습니다

해가 져도 나의 사랑은 저물지 않고

나로 하여 언덕은 불붙었습니다

바람에 불리는 풀잎 하나도 괴로움이었습니다

나의 괴로움을 밟고 오소서, 밤이 오면 내 사랑은

한갓 잠자는 나무에 지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