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낮은 자세로 民聲에 귀 기울여라

입력 2011-04-28 17:51

한나라당의 4·27 재보선 패배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이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그동안 정부·여당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무능과 무소신, 무기력과 무책임에 대한 국민의 냉엄한 평가다. 국회의원 선거구가 생긴 이후 단 한번도 야당후보를 당선시킨 적이 없는 중산층 거주지역인 경기 성남 분당을과 전통적 보수 지지 지역인 강원도에서 패한 것은 한나라당이 처한 절체절명의 현재 상황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무겁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여당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고뇌가 담겨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를 비롯해 전 지도부가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한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 정도의 인적 쇄신만을 갖고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창당수준의 개편 주장, 즉 ‘창조적 파괴’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선 이 대통령과 집권 한나라당은 자기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 진보정권 10년에 염증을 느낀 보수 및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지난 2007년 대선에서 530여만 표차의 압도적 지지로 보수 정권을 창출시켜 줬다. 2008년 4월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갖도록 지지를 했는데도 이 정권은 심각한 정체성 혼란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과 정책의 이념 스펙트럼에서 차별이 없는 한나라당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현재의 무능한 경제운용 기조가 유지되는 한 집권 한나라당은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물가대란, 전세대란, 구제역, 가계부채, 고유가, 연이은 금융사고 등으로 가뜩이나 힘든 중산층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 죄가 크다. 오죽하면 전통적 보수층인 넥타이 부대가 나서 ‘반란표’를 던졌을까? 청와대의 위기관리 조정능력 상실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등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는 선거 패배의 큰 요인이 됐다.

총선, 재보선 패배 때마다 늘상 있어온 지도부 사퇴는 국민들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한다. 개각 등 땜질식 처방, 외형만 바꾸는 리모델링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가능성은 없다. 그 밥에 그 나물 식의 땜질 처방, MB사람들을 돌리는 회전문 인사로는 성난 민심을 가라앉힐 수 없다. 지도부에 대해 대안 없는 비판으로 일관하며 차기 총선에서 자기만 살아남겠다는 이기적 행동을 보이는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한나라당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이 대통령은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 전반적이고 깊이 있는 국정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부인을 해도 레임덕은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남은 임기 1년 10개월은 대통령으로서 하고자 하는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취임 초 세웠던 굳은 각오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당·정·청이 오만함의 외투를 벗고 국민 앞에 더욱 낮고 겸손한 자세로 민성(民聲)에 귀를 기울이면 거기에 기회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