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1급 장애 딛고 목사 안수 류흥주씨… 불편한 몸도 목회 향한 불같은 꿈 못 꺾었다

입력 2011-04-28 17:38


27일 서울 도렴동 종교교회에서 열린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 주관 목사 안수식에서 한 장애인이 안수를 받았다. 참석자들은 이날 43명 가운데 7번째로 안수를 받은 장애인 목사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류흥주(46) 목사. 몸을 가누지 못해 휠체어에 탄 채로 안수를 받은 그는 뇌병변 1급 장애인이다.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상대방과 시선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그는 이날 ‘하나님의 종’으로 평생 섬기는 삶을 살 것을 다짐했다. 열다섯 살 때에 오직 믿음으로 품었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와 협성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2000년 목사 고시에 합격했지만 목회지를 찾지 못해 안수를 받을 수 없었다. 가고 싶은 교회는 많았지만 대부분 “1급 장애인이 제대로 목회 할 수 있겠는가”면서 사역을 허락하지 않았다. 목사 고시에 합격한 동기 대부분은 3∼4년 뒤 안수를 받았다.

숱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류 목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하늘에 이른 뜻은 결국 땅에서도 통한다. 돕는 손길들을 만나게 됐다. 서울 미아동 은파교회 추연호 목사는 2003년 겨울 방황하던 류 목사를 사역자로 받아들였다. 추 목사는 사역의 어려움 때문에 목회자의 꿈을 접고 시골로 내려간 류 목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목회”라면서 마음을 잡아 주었다.

추 목사는 류 목사를 보면서 성 다미엔 신부를 떠올렸다. 벨기에 출신으로 33세에 한센병 환자촌인 하와이 군도 몰로카이 섬에 들어간 다미엔 신부는 그곳 환우들에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스스로 병에 노출돼 결국 한센병 환우가 되었다. 추 목사는 “장애를 가진 류 목사가 전하는 말씀은 온전치 못한 이들에게 더욱 위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남 광신대 총장도 은인이다. 정 총장은 류 목사의 입학을 주저하던 협성대 대학원에 직접 전화를 걸어 허가를 받도록 도와주었다. 이런 도움을 통해 류 목사는 목사 고시에 합격한 이후 11년 만에 안수를 받게 됐다.

“저의 한계를 잘 알고 있습니다. 제게 주어진 몫만큼의 목회를 펼칠 것입니다. 주님의 마음으로 그저 그분의 시선이 멈추는 곳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회장이기도 한 류 목사는 “장애인차별 해결을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깊이 고민할 것”이라며 “장애인이 당당한 신앙인과 사회인으로 살아나갈 수 있게 길잡이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류 목사는 안수 받기 전인 지난 24일 서울 연남동에 ‘너와 나의 교회’를 창립했다. 뇌병변 1급 장애인이 개척한 이 교회에는 장애인 5명을 포함해 18명이 등록했다. 가장 소외된 자를 도구로 삼아 이 땅에 하나님이 기뻐하는 교회가 또 하나 탄생한 것이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