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과 균형으로 목회·한장총 이끄는 양병희 목사 “행동하는 신앙 보일 때 한국교회, 국민의 신뢰 회복”
입력 2011-04-28 17:29
목회자의 확고한 소명과 균형 감각, 모든 교인들을 위한 강도 높은 신앙 교육과 훈련, 봉사 영역에 따른 고유 복장 착용과 일체감 조성, 지역 노인과 탈북자 등 이웃을 향한 철저한 섬김. 31년 전 89.1㎡(27평) 지하실, 교인 12명으로 시작한 영안교회(양병희 목사)가 재적교인 2만5000여명, 주일 평균 출석교인 7000여명으로 성장한 이유이다.
“모든 걸 혼자 하려면 안 됩니다. 한국교회의 병폐 중 하나는 목회자가 만능선수가 되려는 것입니다. 목회자의 탈진이나 탈선은 이 때문에 생기죠. 담임목사, 부목사, 제직(장로, 권사, 안수집사, 집사)이 각각 고유의 역할이 있습니다. 목회자는 제직을 관중석의 구경꾼이 아닌 선수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양병희 목사는 “큰 틀에서 담임목사는 코치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목회자는 제직보다 더 많이 기도하고 더 열심히 하나님 말씀을 읽는 등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했다. 또 “목회자나 제직 모두가 고강도 교육과 훈련을 거치면 교회가 결코 연약해질 수 없다”며 ‘훈련받은 창조적 소수’, 사역의 협력자라는 제직론 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1년간 단 한 건의 교회 분쟁도 없었던 비결은 이 같은 균형을 통해 하모니를 추구해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육은 모르는 것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교육 받기 전 무지는 결코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교인들이 교육을 통해 알게 되면 훈련을 통해 아는 것을 습관화, 체질화, 인격화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그럴 때 목회자의 철학과 비전은 제직들과 온전히 공유됩니다. 이로써 신뢰관계가 형성되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죠.”
29개 한국 장로교단 연합체인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대표회장이기도 한 양 목사는 요즘 한국교회가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과 관련, 일일이 변명하기보다는 현실로 인정하고 종교개혁과 같은 환골탈태의 결연한 의지와 함께 행동하는 신앙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영성 위기, 도덕성 위기, 리더십 위기, 공동체 의식 위기 등을 한국교회가 직면한 4대 위기로 규정하고 개인과 교회, 교단과 연합기관 모두의 자성이 요구된다고 했다. 초대교회 정신으로 돌아가고 교회와 기독교인의 본질에 충실하게 되면 지금의 아픔은 얼마든지 치유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내놓았다.
“초대교회는 뜨거우면서도 광신적이지 않았어요. 철저하면서도 독선적이지 않았습니다. 가족적이면서도 무례하지 않았죠. 질서가 있으면서도 자율성도 있었습니다.”
양 목사는 영안교회를 초대교회처럼 만들기 위해 영성목회, 치유목회, 교육목회, 비전목회 등 4가지 실천 기둥 위에서 ‘균형목회’를 추구해 왔다. 그에 따르면 영성목회는 축제적인 예배, 기도와 말씀 운동 등으로 이뤄진다. 그가 선포하는 메시지는 따뜻하다. 한 주간 삶에 지친 교인들이 예배를 통해 하나님과의 만남을 경험하고 위로와 격려를 받아야지 목회자의 사나운 메시지로 인해 잔뜩 부담감만 갖고 가정이나 일터로 돌아가면 세상에서 하나님의 전사로 살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인물과 다음 세대를 키우고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데도 힘쓴다. 영안교회는 탈북민을 위한 예배가 따로 있고 재적 인원만 500명에 달한다. 이밖에도 매월 첫째 날이면 영안교회 교인들은 북한 주민들을 위해 금식한다. 이를 통해 모은 재정으로 항생제, 결핵약, 영양제 등을 구입해 북한에 보낸다. 현재 교회 건물이 비좁아 새로운 건축을 준비 중인데 이는 전적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다. 이 정신은 교회 건축 슬로건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 세대는 세워주고 다음 세대는 사용하라.”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