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과학계를 발칵 뒤집은 고전과의 만남
입력 2011-04-28 18:54
‘모던&클래식’ 시리즈 1탄 출간
세상이 평평하고, 끝이 있으며,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던 믿음에서 과학은 얼마나 멀리 왔는가.
현대 과학에서 오류는 시시각각 발견되고 교정된다. 그래서 과학의 고전을 말하는 건 난감한 일이다. 그 안에 담긴 정보와 통찰이 시대에 뒤떨어졌거나 심지어 거짓말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 문외한의 이 당연한 조바심은 기우일 가능성이 높다. 자연과학은 지구와 우주, 인간, 생물, 물질계를 이해하는 지식체계이다. 고전은 새 발견을 토대로 한 도전이다. 따라서 과학고전에서 주목할 건 정보가 아니라 구조와 혜안이다. 현대의 독자들은 낡은 지식을 언제든 새롭게 해석하고 소화할 수 있다. 적절한 해제가 돕는다면 말이다.
‘모던&클래식’ 시리즈 1탄 ‘냉동인간’(1962년 출간)에서도 독자는 삶과 죽음에 대한 파격적인 패러다임을 만날 수 있다. 저자인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에틴거는 액체질소를 이용해 인간을 영하 196도까지 냉동시키는 방식으로, ‘인간 생명을 정지시키고 죽음을 냉동할 수 있다’고 믿었다. 과학계를 발칵 뒤집은 독창적 제안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 이미 1946년 과학자들은 동물 세포를 냉동했고, 54년에는 인간 정자를 냉동 보관하는 데 성공했다. 저온생물학이 과학의 영역에 진입한 것이다.
냉동인간은 자연스럽게 불멸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책은 다소 불편해진다. 19세기 어느 재기 발랄한 소설가가 익살스럽게 묘사했듯, 공동묘지 대신 사자(死者)를 위한 주택을 상상하는 게 유쾌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삶과 죽음을 대립구도에서 해방시킨 에틴거의 상상력만큼은 놀랍다고 해야겠다. 책에 언급된 죽음의 생물학적 의미와 인공저장의 비용, 영혼의 존재, 인구 증가, 종교와의 갈등 같은 사회적·철학적 측면 역시 되새겨볼 만하다.
아직도 냉동인간을 가능하게 하는 과학적 발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세포수복기계로 불리는 나노 로봇이 출현한다면 2040년까지는 냉동보존에 의해 소생한 최초의 인간이 탄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과학 저술가 이인식씨의 전망을 보면, 에틴거의 희망이 영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1986년 출간된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의 ‘마이크로코스모스’는 미생물에서 시작한 생명탄생의 역사를 탐색했다. 생명을 특정 식물이나 동물이 아니라 대기권을 포함한 지구 전체로 확대시킴으로써 생명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꾼 저작으로 평가받는다.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1922년 출간)는 누구나 들어는 봤지만 누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1921년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강연내용을 묶어 해설했다. 평범한 독자에게 수식은 여전히 난해하지만 이 세기의 이론이 탄생한 배경과 과정만큼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