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너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입력 2011-04-28 17:32
마가복음 14장 1~21절
예수님의 수난 이야기에는 대제사장과 율법사들, 이름 없는 여인, 가룟 유다, 그리고 제자들이 차례로 소개됩니다.
먼저 성경엔 고위 종교지도자들이 등장합니다(1∼2절). 유월절은 하나님의 구원을 기념하는 거룩한 날이었으나 제사장들은 예수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며 허비했습니다. 공생애 초기부터 바리새인과 헤롯당이 예수님을 죽이려고 공모하더니(막 3:6), 이젠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가세합니다(1절). 그들은 서로 반목과 알력의 불편한 관계였지만 예수를 죽이려는 일에서만큼은 한패가 되었습니다. 옳지 않은 일에는 적도 친구로 변하는 법입니다. 그들에게 예수는 하루빨리 제거해야 할 범죄자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이름 없는 한 여인이 등장합니다(3∼9절). 예수께서 제자들과 만찬을 하실 때 한 여인이 들어오더니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께 부었습니다. 원래 몇 방울이면 충분하지만 아예 통째로 쏟아부었습니다. 왕께 드리는 고가의 진상품을 쏟은 것은 그에게 예수님은 최고의 왕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께서도 그 믿음을 칭찬하셨습니다. “복음이 전파되는 세상 어디든 이 여인의 행한 일도 아울러 전해지리라“(9절)
또 열두 제자 중 하나인 가룟 유다가 등장합니다(10∼11절). 이와 달리 제자들 중에는 그를 비난한 자도 있었습니다. 예수는 그 비싼 것을 받을 정도의 위인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요한복음에선 유다를 거명하여 돈에 눈먼 도둑이라고 합니다(요 12:6). 제자였음에도 자신은 정작 주님을 믿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에겐 좋은 믿음의 사람이 아니라 신의를 저버린 몹쓸 인간으로 이름이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도 돈주머니까지 맡기신 가룟 유다의 변심에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막 12:21)
유다는 은 삼십을 받고 예수를 팔아넘겼습니다. 은 삼십은 거친 소에 받혀 죽은 노예의 몸값으로 주인에게 지불된 보상금이었습니다(출 21:23). 놀랍게도 가룟 유다는 자신의 스승을 겨우 노예의 몸값만 받고 배반했습니다. 무명의 한 여인은 거액의 향유를 아낌없이 드렸지만 예수님을 잘 따르고 섬기는 것이 의무인 제자 유다는 바치기는커녕 푼돈에 스승의 목숨을 넘겼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구세주를 세상에서 가장 비천한 노예의 몸값에 팔아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일반 제자들이 등장합니다(12∼21절). 제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에 대해 이해하고 적극 지원해야 하는 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주께서 고난의 길을 예견하실 때 만류하며 꾸중까지 하더니 정작 주께서 힘들 땐 그 곁에 아무도 없고 모두 도망하였습니다(막 14:50). 애초에 출세를 꿈꾸며 정치적 해방자로서의 메시아로 오해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분이십니까?
종교지도자들은 예수를 제거할 대상으로 보았으며, 가룟 유다는 스승을 팔아넘겼습니다. 일반 제자들도 매한가지였습니다. 반면에 버려진 삶을 살았던 보잘 것 없는 여인은 왕께나 드릴 수 있는 엄청난 선물을 아낌없이 드렸습니다. 예수께서 물으십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막 8:29)
윤석길 미주 에덴선교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