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분당乙, 직장인 몰표 결정타

입력 2011-04-28 02:04

여야 정치권은 물론 정보기관조차 “도저히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 선거는 다소 ‘싱겁게’ 끝났다. 초반부터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앞서나간 민주당 손학규 후보는 한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고 우위를 유지했다.

이 같은 결과는 유례없이 높은 투표율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30, 40대가 대거 투표에 나설 경우 야당 후보에 유리하다는 공식이 이번에도 맞아떨어진 셈이다. 특히 서울로의 출퇴근 인구 비율이 높은 분당에서 출근 전과 퇴근 후 투표율은 승부를 가르는 결정타였다. 출근시간대인 오전 9시까지 투표율은 10.7%였다. 1만7786명으로 전체 투표자 8만1636명 중 20%에 해당하는 숫자다. 퇴근시간대인 오후 7시 이후 투표율도 급등했다. 오후 7시 투표율은 42.8%였으나 불과 1시간 뒤에는 49.1%로 급등했다.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투표한 유권자는 1만389명으로 출근 시간대 2시간 동안 참가한 투표자 수에 육박했다. 젊은 직장인들이 서둘러 퇴근한 뒤 투표에 대거 참여했다는 얘기다. 직장인들의 투표가 늘어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손 후보 진영에서는 “분위기가 좋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분당을은 다른 지역보다 10분 정도 늦은 오후 8시35분 개표가 시작됐다. 무소속 이재진 후보 측 참관인이 투표 결과가 조작될 수 있다며 전자개표기 사용을 중지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동이 정리된 후 개표 작업은 속도를 내 오후 11시 50%를 넘겼다.

개표 시작 1시간여가 지난 오후 9시50분쯤 첫 개표 결과가 나왔다. 1170표를 개표해 보니 강 후보가 515표, 손 후보가 646표를 얻었다. 두 후보 득표율은 각각 44%, 55%였다. 손 후보가 9.7% 포인트 이긴 것으로 나온 YTN 출구조사 결과와 비슷하자 정자동의 손 후보 선거사무실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참모들이 주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며 여러 차례 환호성을 자제해 달라고 했지만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함성은 계속됐고, 오후 10시쯤 손 후보는 15% 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리기도 했다. 표차는 잠시 좁혀지기도 했지만 손 후보 우세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후 11시쯤 손 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

성남=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