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한나라 “우려가 현실로” 쇼크…민주 “심판론 통했다” 환호
입력 2011-04-28 02:03
한나라당은 망연자실했다. 민주당은 환호했다. 청와대는 침묵에 빠졌다.
27일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원희룡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여의도 중앙당사 상황실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하지만 19대 총선의 바로미터로 평가됐던 서울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선거와 우세를 예상했던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강재섭 후보와 엄기영 후보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하나둘 자리를 떴다. 안 대표는 밤 11시쯤 당사를 떠났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됐다”며 “19대 총선을 위해서는 당이 탈태환골의 변화를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다른 의원은 “쇼크다. 분당이 질 줄은 몰랐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다만 열세를 예상했던 김해을 김태호 후보의 승리에 위안을 얻는 분위기다. 일부 의원들은 선거일 전부터 한나라당의 전통적 텃밭인 분당을에서 고전한 것에 대해 “당 지도부의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지도부와 당직자들은 서울 영등포당사 2층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손학규 후보와 최문순 후보의 승리가 확정되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당직자들은 “이겼다!”를 연발했다. 민주당은 무엇보다 이번 재보선 투표율이 매우 높았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선거 때 줄곧 내세웠던 ‘정권심판론’에 유권자들이 호응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이봉수 후보의 패배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 후보의 패배로 내년 총선 및 대선에서 입지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민주당 텃밭인 전남 순천에서 당선자를 낸 민주노동당은 여유 있는 승리에 고무된 분위기였다. 조순용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들이 단일화 실패에 따라 표를 갈라 먹으면서 민노당 김선동 후보가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언제나 국민의 뜻은 옳다.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것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이라고만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진석 정무수석으로부터 투표율 등을 보고받았고, 집무실에서 퇴근한 이후 관저에서 TV 등을 통해 개표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참모들은 “앞으로 격랑 속으로 빠져들지 않겠느냐”며 재보선 이후를 우려했다.
남도영 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