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음식 기능보유자 한복려씨, 구중궁궐 잔칫상 동영상 등 활용 실감나게 보여준다
입력 2011-04-27 10:09
무형문화재와 트위터. 잘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이 124년 전 조선시대 구중궁궐 잔칫상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한복려(64) 궁중음식연구원 이사장이 트위터에서 만난 이들과 힘을 합쳐 정해년(1887) ‘조대비 만경전 팔순잔치’를 입체적으로 재현해 29, 30일 서울 삼성동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서 공개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인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보유자인 한씨는 27일 “조선왕조 진찬의궤를 바탕으로 궁중잔치를 재현한다. 음식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동영상 멀티미디어 등 첨단기법을 활용했기 때문에 이제까지의 전시와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경전 잔치 모습을 그린 진찬도를 동영상으로 재생해 마치 잔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체적인 전시는 한씨의 트위터 팔로들이 힘을 보탠 덕분에 가능했다. 최민호 사진가, 최정윤 프리랜서 음악감독, 현원명 공간디자이너, 최성우 일맥문화재단 이사장, 안휴 영화감독 등 14명의 팔로들은 이번 행사를 위해 ‘궁연도감’을 구성했다. 궁연도감은 궁중에서 열리는 잔치를 준비하기 위해 모인 궁중잔치 추진위원회 같은 것으로 고려·조선 시대에 있었다고 한씨는 소개했다.
“지난해 추석 무렵 트위터를 시작했어요. 바가지에 죽을 쑤면 순수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글을 올리자 ‘박죽 먹여주세요’라고 댓글들이 달렸어요. 그래서 우리끼리는 뒤죽박죽당으로 불러요.”
궁연도감이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젊은 세대와 전통의 만남, 그리고 무형문화재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 유도였다. 그래서 첨단기법을 동원해 전시회를 색다르게 연출했고, 협소하지만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을 전시장으로 택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조대비에게 바치는 진찬상은 모형으로 전시되고, 금중탕, 열구자탕, 각색절육 등 11가지 일품음식은 실물이 소개된다. 또 타락죽 등 새벽에 올리는 초조반상, 12첩 반상으로 준비되는 아침과 저녁 수라상, 규아상이 오르는 낮것상(점심), 배동치미국수로 차리는 야참상, 삼색단자 다식 등을 올리는 참상(다과상) 등 50품도 실물이 전시된다.
한씨는 “외규장각의궤가 돌아오면서 우리 문화기록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일고 있는 요즘 궁중음식도 널리 알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씨는 궁중음식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게 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노력하고 있다면서 외국에 소개하기 전에 우선 우리가 잘 알고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형제들과 함께 충남 덕산에 궁중음식자료관을 짓고 있다는 그는 “어머니와 제가 모으고 공부한 자료를 이곳에 모아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의 어머니는 궁중음식 2대 기능보유자자인 고 황혜성씨. 복선(62·한복선식문화연구원장) 복진(59·전주대 교수) 용규(53·궁중음식전문점 궁연과 지화자)씨 등 세 동생도 모두 궁중음식전문가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