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허리, 양서류가 사라진다… 전세계 6600여종 ‘3분의 1’ 멸종위기 직면
입력 2011-04-27 21:22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사라져 가는 동물 분류군은 개구리 도롱뇽 등 양서류다. 지구상에 분포하는 양서류 6600여종의 3분의 1은 멸종위기에 빠져 있다. 200종은 최근 몇 십년 만에 완전히 사라졌다. 우리 주변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코스타리카의 황금두꺼비는 기후변화로 멸종한 최초의 동물로 알려져 있다. 고산지대에 서식하던 황금두꺼비는 1980년대 후반 엘니뇨로 습지와 웅덩이가 사라지면서 멸종했다.
현재 한반도에 서식하는 개구리는 15종이다. 도롱뇽 7종과 더불어 양서류는 모두 22종이 분포한다. 그 가운데 맹꽁이와 금개구리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고, 수원청개구리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 확인돼 멸종위기종으로 추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박병상 소장은 한국양서류보존네트워크가 양서류 보호주간을 맞아 28일 충북대에서 주최하는 토론회에 앞서 공개한 발제문에서 개구리들이 처한 곤경을 묘사했다.
박 소장은 “개구리들은 알이나 정액을 듬뿍 품고 때를 기다리지만 사람들이 트럭과 굴착기를 동원해 얼어붙은 얼음을 바위째 뒤집어엎어 한 마리 남김없이 가마니로 쓸어간다”고 말했다. 또 어렵게 봄을 넘기고 변태한 새끼 산개구리와 두꺼비는 각각 6월과 5월 본능적으로 산으로 향하는데 산간 구석구석까지 깔린 시멘트와 아스팔트 도로에서 상당수가 차 바퀴에 깔려 횡사한다고 덧붙였다.
아·태 양서파충류연구소 김종범 박사는 양서류 감소의 원인으로 개발에 따른 녹지와 농지 감소를 꼽았다, 도로 개발, 콘크리트 배수로 정비로 이동통로와 탈출구가 사라진 것도 문제다. 대기오염, 잔류농약, 기후변화, 상업적 포획, 황소개구리 등 외래종 도입, 항아리곰팡이 등 양서류 질병의 증가도 원인이다.
양서류와 파충류가 줄어들면 이들을 먹이로 삼는 맹금류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개구리의 먹이인 모기 파리 등 곤충도 늘게 된다. 이들 병원균 매개충이 증가하면 말라리아 등 전염병을 불러올 가능성도 커진다.
박 소장은 “웅덩이 주변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고 평생 제 좁은 터전을 지키는 금개구리는 논이 메워지면서 거의 사라졌다”며 “호주는 금개구리 서식지를 피해 예정된 올림픽 주경기장을 다른 곳에 지어야 했다”고 말했다.
개구리 보존을 위해 18개 환경단체 등이 힘을 합친 한국양서류보존네트워크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오는 29일을 개구리 보호의 날(Save the Frogs Day)로 정하고 전국에서 다양한 보호 행사를 펼치기로 했다. 2009년 미국에서 시작된 ‘개구리 보호의 날’ 행사는 올해 50개국에서 열린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