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사전인출 파문] 예금 부당 인출사태 대주주·부실감사 합작품

입력 2011-04-27 18:34

영업정지 직전 이뤄진 저축은행의 부당 예금인출 사태는 사실상 사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저축은행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다. 대주주의 입김에 금융기관이 좌지우지되면서 이들을 감시하도록 돼 있는 감사까지 영업에 동원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1000억원 이상의 돈이 부당 인출된 7개 저축은행의 경우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가 3명이나 되는데도 사태를 막지 못해 이들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본보 2월 24일자 1면 참고).

27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비위를 감시해야 하는 감사들이 사실상 영업에 동원되는 등 감독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업계 출신이거나 대주주에 의해 발탁된 감사들은 본연의 임무보다는 영업을 하느라 더 바쁜 경우가 많다”면서 “이번 예금 인출 사태 역시 비정상적 거래를 감사에게 알리는 내부 통제 시스템이 만들어진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법인의 경우 감사는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넘버2’의 권한을 행사한다. 상근 감사는 내부 비위를 막기 위한 통제 시스템에 따라 사실상 전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경우 대주주의 눈치를 살피다 보니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곳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리스크 관리·감독 전문성을 살려 저축은행에 영입된 금감원 출신 감사들 역시 이번 사태를 막지 못했다. 부산저축은행 계열 5개사 등 부당 예금인출 사태가 일어난 7개 저축은행 가운데 대전·부산2·전주 저축은행은 금감원 출신 1∼2급 인사들이 감사로 재직 중이다. 홍재형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저축은행 청문회에서 한 금감원 출신 저축은행 감사에게 “대주주 눈치 보면서 금감원에서 감사를 하면 식사나 대접하며 살살 하라고 얘기나 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지만 해당 감사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었다.

감사 1인이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검찰은 이들 7개 저축은행 감사에 대해 모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다퉈볼 여지가 있다”며 한 저축은행 출신 감사를 제외한 나머지 감사들에 대한 영장은 모두 기각했다. 지난 2월 금감원이 이들 감사의 책임을 강력하게 추궁하겠다고 밝혔지만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는 이상 뾰족한 수가 없어 금융 당국의 체계적인 관리감독 시스템 구축 방안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