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경기 악화… 1분기 ‘풍요속의 빈곤’
입력 2011-04-27 21:30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통계 결과의 핵심 키워드는 ‘풍요 속의 빈곤’이다. 1분기 GDP는 견조한 상승세를 보인 반면 국민 소득은 2년3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생산과 수출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유가 등 원자재가 상승으로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오히려 악화된 것이다. 다만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민간소비도 나쁘지 않아 이 추세대로라면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 성장률 4.5%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체감경기 악화 입증=한국은행은 27일 올 1분기 국내총소득(GDI)이 전분기 대비 0.6% 감소했다고 밝혔다. GDI는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에 대한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체감경기 지표로 GDI가 감소하기는 2008년 4분기(-3.6%) 이후 처음이다. 반면 GDP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올라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실질경기에 비해 체감경기가 후퇴해 손에 쥐는 소득이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액정표시장치(LCD)와 반도체 등의 경우 1분기에 가격이 각각 12%, 10.3% 하락한 반면 원유는 21.1%, 비철금속제품도 14.7% 상승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출물가지수 대비 수입물가지수를 나타내는 교역조건이 전기대비 -3.6%로 악화돼 2008년 3분기(7∼9월) -4.9% 이후 가장 나빴다.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수입품 사기도 어려워진 것이다.
체감경기 악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임형석 연구위원은 “유가 오름세가 우리 경제에 반영되는 시차를 감안하면 2분기에도 교역조건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악재에도 수출 민간소비 호조=1분기 GDP는 한은이 2주 전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보다 전년동기비로 0.1% 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수출이 성장을 주도했다. 수출이 전기대비 지난해 3분기 2.3%에서 4분기 2.6%, 올해 1분기 3.3%로 올랐다. 민간소비는 0.5%로 수출보다 성장률이 낮았지만 지난해 4분기의 0.3%보다 높았다. 내수 성장 기여도는 0.3% 포인트로 지난해 4분기 -0.7% 포인트에서 플러스로 돌아섰다. 올 1분기 고물가 상황에 비춰 민간소비는 상당히 선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업종별 양극화는 문제다. 제조업은 전분기보다 3.2% 성장했지만, 건설업 매출이 6.1% 감소해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농림어업은 구제역 파동 등으로 5.1% 감소, 무려 2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