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년만에 평민 왕자비 탄생, 영국은 화려한 축제… 윌리엄왕자·케이트 미들턴 ‘로열웨딩’
입력 2011-04-27 21:26
30년 만의 로열웨딩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영국은 축제 분위기다. 런던의 대표적 중심가인 리젠트 거리에는 유니언 잭이 물결치고 있다. 버킹엄궁 분수대 옆 공원에는 신랑·신부의 발코니 키스를 생중계하기 위해 각국 방송사에서 설치한 스튜디오가 즐비하다.
미국 CNN방송은 4시간의 생중계를 위해 직원 50여명을 파견했다. 웨스트민스터사원 근처에는 지난 26일부터 결혼 행렬을 잘 볼 수 있는 자리를 잡으려는 텐트족(族)도 등장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모두 거리로 나와 축제를 즐기라”고 축제 열기를 돋웠다.
◇영국은 축제 중=결혼식 당일인 29일 영국 전역의 도로 5500여곳에서 차량 통행이 금지된다. 거리 축제를 위해서다. 런던에서만 800여곳이나 된다. 선술집인 펍과 공원 등에서도 각종 기념행사가 열린다. 관광객도 60만명 이상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정부는 전 세계 20억명이 결혼식을 시청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영국은 이번 로열웨딩으로 침체된 경기가 되살아나길 기대하고 있다. 윌리엄 왕자와 신부 케이트 미들턴의 사진을 담은 쿠션, 시계, 우표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들의 모습을 그린 피자도 등장했다. 소매업 리서치그룹인 버딕트는 로열웨딩으로 소매업계가 총 6억2000만 파운드(1조1000억원)의 소비 증가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했다. 외신들은 소비 지출에다 2012년 런던올림픽 홍보 효과 등을 더한 직·간접적 경기부양 규모는 12억 파운드(2조1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기 요인이 다양한 ‘세기의 드라마’=영국 언론들은 윌리엄 왕자와 미들턴의 결혼이 인기를 끄는 요인은 복합적이라고 분석한다.
첫째는 350년 만에 평민 왕자비가 탄생한다는 점이다. 영국은 계층 간 사용하는 단어도 구분될 만큼 여전히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다.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스인터랙티브가 16세 이상 성인 1029명을 조사한 결과, 85%가 평민 신부를 선택한 윌리엄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고리타분한 왕실 관습을 깼다는 점이 윌리엄 커플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인 셈이다.
둘째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읜 윌리엄 왕자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과 관심이다. 14년 전 고(故) 다이애나비의 관 뒤를 따라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걷던 15세 소년 윌리엄의 모습은 아직도 영국인들의 기억에 생생하다. 윌리엄에 대한 애정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영국인들 중 46%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자리를 윌리엄이 바로 승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제 듬직한 청년으로 성장한 그가 10년을 사귀어 온 연인과 사랑의 결실을 맺는 ‘세기의 드라마’에 영국뿐 아니라 세계가 환호하는 것이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엄마를 불행하게 잃은 왕세손의 성장기를 모두가 지켜봤다. 이렇게 잘 자란 그를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평했다.
윌리엄은 또 이번 결혼을 통해 가장 사랑받던 왕족이었던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어머니의 반지로 청혼했으며, 어머니를 떠나보낸 곳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맞는다. 그에게 결혼이 성장기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부인 미들턴의 매력도 한몫한다. 큰 키에 서글서글한 미소가 매력적인 미들턴은 중저가의 영국 브랜드 옷을 고급스럽고 단아하게 연출하는 패션 센스를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그가 걸치고 나온 옷은 모두 팔려 ‘완판녀’라는 별명도 얻었다.
◇‘호화 결혼’ 비판도=모두가 이번 결혼식을 환영하는 건 아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로열웨딩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자가 45%에 달했다. 왕실 폐지론자 단체인 ‘리퍼블릭’은 런던, 맨체스터 등지에서 “민주주의를 일깨우는 별도의 거리 파티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긴축예산 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결혼식에 1억 파운드(1800억원)의 돈을 쏟아 붓는 것은 지나친 낭비라는 비판도 많다. 지난 22일부터 이어진 부활절 연휴와 노동절 휴일, 이어 29일까지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산업적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산업연맹(CBI)은 생산 손실이 약 60억 파운드(10조7000억원)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