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구 작가들, 세계평화 주제 문학의 향연… ‘인천 AALA문학포럼’ 개최
입력 2011-04-27 18:10
아시아·아프리카·라틴 아메리카의 거물급 작가들이 인천에 속속 몰려들고 있다. 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 강광)이 ‘평화를 위한 상상력의 연대’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28∼30일 인천아트플랫폼과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개최하는 제2회 인천AALA문학포럼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비서구 작가들이 어떤 문학적 방식으로 역내(域內) 평화와 세계평화를 더불어 구상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지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이번 대회의 목적은 13명의 해외 참여 작가들의 면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중에서도 누르딘 파라(소말리아), 비 페이위(중국), 다이아나 퍼러스(남아공), 루이사 발렌수엘라(아르헨티나) 등은 세계적 지명도의 작가들이다.
1945년 행정적으로는 이탈리아 땅에 속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영국에 귀속되어 있던 소말릴란드의 바이도아에서 태어난 누르딘 파라(66)는 장편 ‘헐벗은 바늘’ 출간을 계기로 소말리아 정부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자발적 망명을 선택한 저항 작가다.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서 거주하고 있는 그는 소말리아라는 약소국에 대한 국외자들의 영토적 야심을 작품을 통해 고발하고 있다.
비 페이위(47)는 94년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상하이 트라이어드’의 시나리오 집필자로 유명하다. 99년 그가 발표한 중편 ‘청의’는 문화대혁명과 개혁개방 시기를 거치면서 힘든 삶을 살았던 한 경극 배우의 삶을 통하여 중국의 시대적 상황을 조명했으며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사소하고 개인적인 것을 통하여 거대한 것을 그려 보이는 데 있어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대표작 ‘청의’와 ‘위미’는 한국에서도 번역되었다.
다이아나 퍼러스(58)는 백인들이 출판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남아공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다이아나 퍼러스 출판사’를 설립하여 소외된 지역 출신의 작가들을 위한 출판운동을 벌이고 있는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대표 시집 ‘나, 당신을 고향에 모시러 왔나이다’는 200여년 전 유럽에서 인종전시를 당한 남아프리카 출신의 원주민 사라 바트만의 생애를 다루고 있다. 이 시집으로 그녀는 일약 국제적인 시인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사라 바트만의 유해를 남아공으로 반환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옥신각신하던 프랑스 상원의원들 면전에서 이 시집의 표제시를 낭송한 직후 프랑스 의원들이 유해 반환을 즉각적으로 결정하기에 이르기 때문이다.
루이사 발렌수엘라(73)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작가다. 그는 여성의 자유를 억압하는 가부장적 질서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한편 대학에서는 정전(正典)만을 가르치는 방법론을 고수한다고 생각하여 대학 진학을 거부하였다. 79년부터 10년간 뉴욕에 체류하면서 뉴욕대학교와 컬럼비아 대학교의 초빙작가, 미국 펜클럽의 ‘창작의 자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89년 귀국하여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정의가 바로 서지 않는 현실, 어두운 과거를 쉽게 망각하는 현실 등을 비판해 왔다.
이들을 비롯한 외국작가들은 최원식 도종환 김별아 등 국내 문인들과 함께 △분쟁, 이산 그리고 평화 △비서구 여성작가들의 목소리 △지구적 세계문학을 위하여 △아랍작가들이 말하는 중동의 민주화라는 네 가지 주제를 놓고 열띤 문학의 향연을 펼친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