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앱’ 깔았더니, 내 위치정보 고스란히 광고업체로

입력 2011-04-27 21:49


1000만명을 넘어선 스마트폰 사용자의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광고업자들이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위치정보뿐 아니라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가 해킹 등을 통해 유출돼 제2의 범죄로 이어질 위험성도 높다.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 애플사의 스마트폰 사용자 위치정보 무단수집 등에 이어 발생한 사건이라 정보 보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 T스토어, 안드로이드 마켓 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서 판매되는 앱 가운데는 위치정보를 활용한 앱이 상당수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위치정보를 토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위치를 입력하지 않아도 주변 식당이 검색되고, 위치정보 활용 앱을 설치하면 스마트폰을 분실해도 전화기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리한 만큼 정보가 공개될 위험성도 높다는 게 문제다.

27일 경찰에 적발된 E사 등 모바일 광고업체 3개사가 자사의 프로그램을 탑재한 앱은 1450여개에 이른다. 광고업체들은 지역 내 콜택시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교통정보 앱, 온라인 강의를 시청할 수 있는 교육 앱, 실시간으로 가요 등을 검색해 청취할 수 있는 음악 앱 등 인기 많은 저가·무료 앱을 주로 활용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이들 앱을 설치하면 사용자의 현재 위치가 광고업체로 전송된다. 광고업체는 앱 화면 상단이나 하단 여백에 사용자 주변의 식당, 카페, 놀이공원 등의 광고를 게재하고 광고료를 받았다. 앱의 종류도 생활정보, 게임, 교육, 의료, 기업 홈페이지 등 생활 전 분야에 걸쳐 있었다. 사용자 본인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보호장치 없이 유출·저장된 것이다.

경찰은 위치정보가 암호화되지 않은 채 광고업체로 전송되고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을 끈 상태에서도 위치정보가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 3곳 가운데 2곳은 서버에 방화벽을 설치하지 않아 해킹을 통한 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는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한 회사원 정요성(32)씨는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저장하는 것도 불안하지만 정보를 다른 곳에 판매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해킹 등으로 유출되면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용자 스스로 정보 유출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네덜란드 언론에 따르면 GPS를 이용한 자동차 내비게이터를 통해 차량 운행정보도 노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차 내비게이터 제조업체인 톰톰(TomTom)이 자사 제품을 통해 수집된 차량 운행정보를 제3의 업체에 판매했고, 이 정보가 다시 경찰에 넘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네덜란드 경찰은 차량 운전자들의 과속과 신호위반 지점 등을 분석해 단속카메라 설치 장소를 선택해 왔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