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당에 경고한 준엄한 민심

입력 2011-04-28 01:49

4·27 재·보궐선거 결과 밤 11시 현재 한나라당이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일컬어지던 경기도 성남 분당을 선거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를 큰 표차로 앞섰고, 강원도지사 선거에서는 여러 차례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게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관심지역 중 하나인 경남 김해을에서만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를 근소한 차로 눌렀다. 이번 선거는 재보선 사상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였을 정도로 유권자들의 관심이 컸고 중요 지역에서는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격전이 벌어졌다.

국회의원 3명과 강원도지사, 기초단체장 6명과 기초·광역의원 28명을 뽑은 이번 선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서 민심의 향배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은 차분한 정책 선거를 지향했지만 유권자들에게는 오히려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이 먹힌 셈이 됐다. 따라서 향후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은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됐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분당을 공천을 둘러싸고 내분을 벌인데다 강원도지사 공천 역시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내년 대선 구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손 대표는 사지(死地)나 다름없는 곳에서 당선됨으로써 대선 도전에 추동력을 얻었다. 여론조사에서 늘 선두를 유지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야권 단일화 후보를 노리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긴장하게 됐다. 대권 구도에 일어난 변화가 예비후보들 간에 좀 더 생산적인 경쟁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보듯 민심은 수시로 변한다. 선거에서 나타나는 민심의 추이를 읽고 대응하는 것이 민주정치의 요체다. 민심을 잘못 읽거나 승리에 취해 교만해진다면 민심의 바다에는 거친 파도가 일어 승자가 탄 배를 뒤집고 만다. 여야 모두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하여 미래지향적으로 국정에 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또다시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