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사계] 굴뚝에 담긴 母性

입력 2011-04-27 17:50


경복궁에 산이 있다. 북한산의 낮은 갈래인 백악의 남쪽 궁궐의 평지에 봉긋 솟았다. 이름은 중국 명산에서 딴 아미산이다. 교태전 뒤뜰에 조성됐다. 그러나 알고 보면 조그만 언덕이다. 그나마 자연 지형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인공산이다. 경회루 연못을 파면서 나온 흙을 옮겨 쌓은 것이다.

이곳의 조경이 예사롭지 않다. 교태전의 후원이기 때문이다. 교태전은 왕과 왕비가 운우의 정을 나누는 곳이다. 행여 연기가 들어와 교태에 방해가 될까봐 굴뚝을 멀리 빼냈다. 굴뚝은 붉은 벽돌을 육각형으로 쌓아 벽사와 길상의 무늬로 장식했고, 그 위에 연가(煙家)를 올리니 멋들어진 장식미술품이 됐다.

교태전 후원은 왕비의 사적 공간이기도 했다. 4개의 굴뚝 아래 아기자기 화계(花階)를 꾸몄다. 장대석으로 넓은 층을 쌓고 층마다 진기한 꽃과 나무를 심어 즐겼다. 왕비는 아미산의 선경을 보면서 성정을 맑게 다듬었다. 왕손을 위한 어머니의 마음이 그러했다.

손수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