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청소년에 손내민 기독청년들… ‘대한민국교육봉사단’ 교육양극화 극복 나섰다
입력 2011-04-27 19:03
‘명문대 졸업생을 2년간만 빈민가나 농촌의 공립학교에 교사로 보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웬디 콥, 그녀는 프린스턴대 자신의 기숙사에서 공상에 잠겼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극심한 교육 양극화와 교육의 질 저하 현상도 극복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공상은 점점 확신으로 바뀌었고, 결국 실행에 옮겼다. 대학을 갓 졸업한 동료들과 함께 1989년 TFA(Teach for America)를 설립한 것이다. TFA는 현재 미국 전역의 공립학교에 3000여명의 단기 교사(National Corps)를 파견해 놓고 있다.
비슷한 움직임이 국내에도 있다. 3년 전 설립한 대한민국교육봉사단(단장 정병오 외 2인, 이하 교육봉사단)이 그것. 한국리더십학교(교장 이장로 교수) 학생들이 미국 방문 중 TFA 대표인 웬디 콥의 강의를 접하면서 영감을 받았던 것이다. 마침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도 ‘개천에서 용 나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여기에 기독경영연구원, 좋은교사운동, 한빛누리재단, 교육복지연구소가 가세해 2009년에 ‘한국형 TFA’인 교육봉사단이 탄생한 것이다.
교육봉사단은 시드스쿨(Seed School)이란 이름으로 그해 9월 경기도 고양시 덕양중학교를 시작으로 현재는 경기도 용인 모현중학교, 성남 창곡여자중학교, 전남 광주의 치평중학교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학교 외에도 나들목교회, 정의교회 등에서는 방과후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교육봉사단은 교과목이 아닌 인생과목을 가르친다. 일대일 멘토, 팀티칭 등의 형식을 통해 학생들의 정체성 발견, 재능 계발을 돕는다. 자원하는 기독청년들을 대상으로 교사를 모집해 3박4일간 연수를 한다. 이후엔 12주 동안 매주 한 차례 학교를 찾아가 학생들과 3∼4시간씩 시간을 보낸다. 각 학교장이 교육봉사단에게 요청하고, 학교는 담당교사를 별도로 세운다. 학교 측은 학부모 동의 후 학생들을 교육에 참여시킨다.
대부분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학교가 대상인 만큼 학생들의 호응도 크다. 김채영(15·창곡여중)양은 시드스쿨의 프로그램인 역할 모델 인터뷰를 통해 커피 바리스타의 꿈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 김양은 “바리스타 임종명 선생님께서 ‘바리스타가 되려면 공부는 잘 못해도 되지만 외국어는 중요하다’고 했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앞으로 바리스타란 꿈을 향해 열심히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준(15·모현중)군도 “시드스쿨을 통해 내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며 “나도 나중에 대학에 가면 교육봉사단으로 섬기고 싶다”고 고백했다.
교사로 참여하는 기독청년들도 “가르치기보다는 오히려 배우고 있다”며 감격해했다. 2년째 덕양중학교에서 교사로 봉사중인 문정숙(25·덕성여대)씨는 “내 시간을 내어줌으로써 누군가의 꿈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것을 얻은 느낌”이라고 했고, 역시 덕양중학교에서 섬기고 있는 김희진(23·이화여대)씨는 “열매 속의 씨앗은 셀 수 있지만 씨앗 속의 열매는 셀 수 없다는 말처럼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서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교육봉사단 초대 단장인 이장로 고려대 교수는 “교육봉사단 요청이 계속되는 것은 교사들이 실력과 신앙을 갖춘 기독청년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존 5개 학교 외에도 10여개 학교가 교육봉사단을 요청하고 있다.
교육봉사단 오사라 간사는 “앞으로 교회가 지역 학교를 입양하거나, 학교가 아닌 지역 속에서도 시드스쿨을 여는 등 다양한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봉사단에 참여하길 원하는 교회나 개인은 070-7019-3761 이나 ‘seed@seedschool.kr’로 연락하면 된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