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4강전 윤곽 드러난 릴레이 대학 동문전

입력 2011-04-27 17:24


요즘 프로바둑 못지않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시합은 고교동문전과 대학동문전이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 바둑도 두고 옛 추억에 젖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관전하는 바둑 팬들도 프로의 바둑에서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릴레이 대학 동문전은 전국 20개의 대학 졸업생과 재학생 5∼10명을 초청해 모교의 명예를 걸고 펼지는 승부이다. 한판의 바둑을 3명의 선수가 번갈아 출전하며 초반, 중반, 종반으로 나누어 대국 하는 방식으로 진정한 단체전이다.

이 대결은 어느 한 선수가 강하다고 이길 수 없다. 3명의 선수가 호흡을 맞추며 고른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릴레이 대국의 묘미는 50분 타임아웃제이다. 3쿼터로 진행되는데 1쿼터 15분, 2쿼터 30분마다 선수교체를 하며, 3쿼터는 마지막 주자가 50분 안에 마쳐야 한다.

바둑이 아무리 유리해도 시간이 없다면 아웃. 경기 중 다음 주자에게 턴을 넘기는 타이밍을 찾는 것도 승부에 큰 영향을 준다. 어려운 상황에서는 다음 우리 편이 나보다 강하다면 착수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게 작전이 될 수 있다. 초읽기가 아닌 타임아웃이라는 것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한 선수는 최대 2경기까지 출전할 수 있으며 3판 2선승제로 올라가게 된다.

올해로 5회를 맞는 대학 동문전은 지난 2월 시작해 이제 4강전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번 대회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바둑 실력으로도 유명한 대학들의 우승컵 다툼이 치열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고려대가 8강전에서 전기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외대에게 패하며 탈락했고, 서울대는 1회전에서 연세대를 꺾었지만 8강전에서는 홍익대에 발목이 잡혀 탈락했다. 부산대는 강원대와 건국대를 꺾고, 성균관대는 전남대와 한양대를 꺾으며 4강 대열에 합류했다.

일 년에 한번 치러지는 대학동문전은 바둑을 사랑하는 대학동문들에게는 최고의 축제이다. 평소에 자주 만나지 못했던 동문들이 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 한 달에 한 번 모여 기력을 연마한다. 그래서 보통은 쳐다볼 수도, 만나 볼 수도 없는 기수의 선배들과 재학생, 새내기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고 응원하고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가슴 따뜻한 풍경이 펼쳐진다.

물론 승부가 끝난 자리에서는 희비가 엇갈리며, 한 곳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다른 한 곳에서는 실수한 동문을 다그치며 아옹다옹한다. 하지만 누가 이긴들 어떠하랴. 함께 할 수 있는 동문들이 있으니….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