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지킨 김재수 대장 “고미영씨가 이루지 못한 14좌 완등의 꿈 이뤘습니다”
입력 2011-04-26 22:04
“나의 등반 파트너였던 고미영씨가 이루지 못한 14좌 완등의 꿈을 이뤘습니다.”
코오롱스포츠는 김재수(50·사진)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가 26일 오후 1시50분(현지시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091m) 정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김 대장은 이날 새벽 0시20분 등반을 시작해 13시간30분 만에 정상 등정에 성공했고, 위성전화로 이 소식을 코오롱스포츠 측에 알렸다. 이로써 김 대장은 엄홍길(2000년), 박영석(2001년), 한왕용(2003년), 오은선(2010년)씨에 이어 한국인으로서 다섯번째로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우리를 완등한 산악인이 됐다.
특히 김 대장의 히말라야 14좌 완등은 고락을 함께하던 동료의 목표를 대신 달성했다는 점에서 훈훈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김 대장은 2007년 5월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를 고(故) 고미영 씨의 등반 파트너로 등정하면서 14좌 계획의 첫발을 뗐다.
김 대장은 고씨의 여성 14좌 완등을 달성하기 위해 등반 파트너로서 히말라야의 10개 봉우리를 함께 올랐다. 그러나 파트너였던 고씨가 2009년 7월 히말라야 낭가파르밧(8125m)을 등정한 뒤 하산하다가 사고로 숨지고 말았다. 김 대장은 이후 혼자서라도 14좌 완등을 하자는 약속을 지키겠다며 남은 봉우리인 가셔브롬 2봉(8305m)과 1봉(8068m)을 작년 7월과 8월 차례로 오른 데 이어 26일 마침내 마지막으로 안나푸르나 등정에 성공했다. 김 대장은 “고 대장은 나에게 초록빛 꿈을 준 여성”이라며 “산악인으로서 도전하는 데 스스로 부여하는 의미도 있지만 14좌를 함께 오르자고 고씨와 했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