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금융권 ‘법정관리 모럴해저드’ 싸고 첫 간담회
입력 2011-04-26 21:55
기업회생(법정관리)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과 금융권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시각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수석부장판사 지대운)는 26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전국은행연합회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권 관계자를 비롯해 25개 기관 소속 36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 회생절차에 관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파산부 판사 16명도 참석했다.
유해용 부장판사는 먼저 최근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 등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법정관리 제도가 부실기업의 도피처로 악용된다는 비판에 대한 법원의 입장을 설명했다.
유 부장판사는 “환자는 상태가 악화되기 전에 빨리 병원을 찾을수록 치료가 쉽다”면서 “기업이 재정적 파탄 상태가 심화돼 회복 불능이 되기 전에 회생절차의 도움을 받으려는 것을 반드시 비난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씨티은행 윤민택 부장은 “감기 환자가 종합병원에 갈 필요는 없다”면서 “일단 워크아웃 절차에 맡겨놓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될 때 법원이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맞섰다.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확연히 달랐다.
유 부장판사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워크아웃 같은 절차가 없다”면서 “우리나라에는 워크아웃은 좋은 절차, 기업회생 절차는 나쁜 절차라는 잘못된 편견이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업은행 이상진 부장은 “워크아웃까지는 정상채권이지만 회생절차로 넘어가면 부실채권이 돼 개별은행은 기업회생절차를 아주 싫어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회생절차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빠르면 6개월 이내에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패스트트랙(Fast Track)’ 제도에 대한 시각도 평행선을 달렸다.
유 부장판사는 “채권자 등 당사자 간의 합의를 존중해 진행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부장은 “채무자가 경영권을 유지한 채 단기간에 회생절차가 종결되면 회생절차 신청이 남용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 LIG건설 사례처럼 기업이 채무 부담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회생절차를 악용할 경우 기업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지 수석부장판사는 “법정관리 신청 건수는 지난해와 비슷하다”며 “부실기업을 법원으로 더 끌어들이려고 시도하는 건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