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사전 인출 파문] 비리 전·현 직원 줄구속, 저축銀 감독 부실… 지탄받는 금감원

입력 2011-04-26 23:28

금융시장의 질서를 잡아야 할 금융감독원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직무 특성상 높은 청렴성이 필요한 금감원의 전·현직 직원들이 비리에 연루돼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가 하면 부산저축은행 사전 예금 인출 사태에서는 미숙한 일처리로 사실상 뒷짐 지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금감원 전·현직 직원들이 금품비리와 관련해 25일에만 4명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돈을 받고 부실기업의 유상증자를 허가해 주도록 부탁하거나 건설사로부터 금품을 받고 대출을 청탁하는 등 죄질도 고약하다.

이들 직원의 혐의가 업무와 무관하거나 퇴직 후 금감원을 상대로 로비한 사례라고 하지만 금감원 직원들의 도덕성 수준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심지어 최근 한 간부가 업무와 연관된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려고 시도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도 야기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옵션만기일 쇼크’ 사건을 조사한 한 국장이 이 사건을 일으킨 도이치증권 변호를 맡은 김앤장으로 옮기려다 비판 여론으로 인해 이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전날 특혜인출 사태는 감독당국의 부실한 일처리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금감원은 지난 2월 16일 오후 8시50분쯤 부산저축은행에 무단 예금인출 금지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때는 업무 마감시간이 5시간이나 지난 뒤로 상당수 불법 인출이 이뤄지고 말았다.

금감원이 부산저축은행의 대주주를 불러 영업정지 신청을 종용하는 회의 중에 불법인출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업정지 정보 사전 유출 의혹마저 일고 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본점에는 금감원 직원 2∼3명이 상주했음에도 불법 인출을 막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당부한 뒤에야 금감원은 부산계열 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를 대폭 강화키로 했지만 사후약방문 격이라는 지적이다. 금감원의 부실 감독 및 잇단 비리에 대해 청와대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음에 따라 금감원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담당에 대한 인력 보강뿐만 아니라 직원 윤리강령 개정, 내부고발제도 도입 등의 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송희 참여연대 선임감사는 “금감원은 감독기능 소홀, 금감원 출신 낙하산 감사들의 바람막이 역할 등이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에 모르쇠 입장을 취해 왔다”며 “자신들의 책임과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함이 오늘의 사태를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