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논란] 문제 기업 ‘지배구조’ 철저 감시… 회장까지 갈아치운다
입력 2011-04-26 22:41
지난해 12월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 ‘캘퍼스(CalPERS)’가 애플의 지배구조를 공격하고 나섰다. 이사 선임 방식 변경을 요구하면서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독단적인 경영 방식에 제동을 건 것이다. 캘퍼스는 애플에 대해 단 한 표의 찬성표만 나와도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바꿔 이사 선임 시 과반수 투표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애플은 이런 요구를 거부했다.
올 2월 애플 주주총회에서 캘퍼스는 주주 제안을 통해 이사 선임 방식 변경안을 올렸고, 이 안이 통과됐다. 애플 지분 0.24%를 가진 캘퍼스가 애플의 지배구조를 바꿔놓은 것이다.
국내와 달리 미국 등 외국에서는 연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다. 국민연금이 모델로 삼은 캘퍼스는 이런 흐름을 대표한다. 2004년 월트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은 ‘대사건’이다.
캘퍼스는 1987년부터 해마다 ‘포커스 리스트’를 발표해 왔다. 포커스 리스트는 경영 성과나 지배구조 관행 등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 명단으로, 캘퍼스는 기금을 운용할 때 내부 의사결정에 포커스 리스트를 사용하고 있다. 캘퍼스가 이 리스트를 발표할 때마다 증시가 들썩거려 ‘캘퍼스 효과’라는 말까지 생겼다. 캘퍼스뿐만 아니라 미국 사학연금(TIAA-CREF),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 캐나다 국민연금(CPP) 등 선진국 주요 연기금들은 오래 전부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차원에서 주주권을 적극 행사해 왔다.
26일 열린 미래기획위원회 주최 ‘제3차 미래와 금융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TIAA-CREF의 스티븐 브라운 기업지배구조부문 실장은 “미국의 법 자체가 주주권을 행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