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논란] 재계 “경영 위축 불가피” 발끈
입력 2011-04-26 18:42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 재계와 학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재계는 지나친 경영권 간섭으로 이어져 기업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학계에선 국제적 흐름으로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기금의 지배구조가 투명해야 하고, 정치권이나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6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점차 비중이 커지는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목적은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자체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가치 극대화에 있어야 한다”며 “정치논리에 따른 관치 목적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지나친 경영권 간섭은 경영 안정화를 훼손해 기업가치 저하로 연결되므로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의결권 행사에 앞서 우선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정치논리에 의해 기금 운용이나 보유 주식의 주주권이 행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또는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통해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임원을 갈아치우거나 시민단체의 재벌개혁 요구를 수용해 사외이사 등 경영진 선임에 간섭하면서 국가권력이 원하는 대로 기업 지배구조를 재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황인철 본부장은 “공적연금이 보유한 주주권을 활용해 기업을 뜻대로 하겠다는 것은 ‘연금사회주의’에 다름 아닌 것”이라며 “시장경제 시스템 아래에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반을 기업이 냈는데 기업에서 거둔 돈을 가지고 기업을 압박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기업 의사결정에 공적연기금이 개입하면 효율적인 의사결정에 지장을 주며 기업가치 하락도 우려된다”며 “기업가치가 떨어져 연금이 덜 걷히면 결국 손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공적연기금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추세”라면서도 “관건은 공적연기금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는 “우리 현실에서 기업가치를 올리는 방향이 아니라 정치권 이해관계에 따라 주주권 행사 방식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성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인식할 만한 기준을 만들거나 연기금 내부에 관련 위원회를 구성해 제한된 경우로 한정해서 공적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외부 개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투명한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웅 선임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