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 보팅, 부실 감추는 바람막이?… 보완책 국회서 낮잠, 대주주만 활개
입력 2011-04-26 18:41
코스닥 부실기업 상당수가 ‘섀도 보팅(Shadow voting)’을 악용해 주주 참여를 제한하고 부실 경영을 감춘 것으로 드러났다. 섀도 보팅은 주주가 주총에 참여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해 정족수를 채우고, 다른 주주들의 투표 비율을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제도다.
한국예탁결제원은 26일 올해 들어 취약한 경영 때문에 관리종목으로 분류 지정된 코스닥 상장사 32곳 가운데 20곳(62.5%)이 정기주총을 앞두고 섀도 보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 991곳 중 399개 기업(40.3%)이 섀도 보팅을 신청한 데 비해 상대적으로 큰 비율이다.
기업이 예탁원에 섀도 보팅을 요청하면 예탁원은 기업과 협의해 적절한 양의 의결권을 지원할 수 있다. 예탁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가장 자주 섀도 보팅을 활용한 30개사(코스피 2곳, 코스닥 28곳) 가운데 18개사가 상장 폐지됐다. 기업의 원활한 주총 진행을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가 부실한 경영 상태를 숨기는 수단이 되고, 대주주의 지배력만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이런 우려에 따라 섀도 보팅과 전자투표를 병행하는 법안이 보완책으로 마련돼 국회에 상정됐지만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나라당 조문환 의원이 섀도 보팅 시행 상장사는 전자투표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갖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섀도 보팅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형적 제도”라며 “속히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전자투표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