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저축은행 PF 4000억원 인수 나선다

입력 2011-04-26 18:40

은행들이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 중 4000억원을 우선 인수할 방침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장들과 조찬간담회를 연 뒤 “몇몇 은행이 저축은행의 PF 사업장 가운데 정상화가 가능한 사업장을 자발적으로 인수하겠다고 나섰다”며 “약 4000억원 정도 규모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등 대다수 시중은행장들은 저축은행 PF 인수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인수 방안으로는 저축은행이 브릿지론(일시적 자금난 해소를 위한 단기차입 대출) 형태로 갖고 있는 채권을 ‘본PF’(은행 PF)로 전환하거나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PF 사업장에서 저축은행이 회수하려는 몫을 인수하는 형태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각 은행은 대략 300억∼400억원에서 1000억원까지 저축은행 PF 대출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PF 대출 인수 과정에서 분담비율 산정 및 자산유동화증권(ABCP) 보유 투자자의 동의, 양호한 사업장 선별 작업 등에서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은행의 PF 대출 잔액은 총 38조7000억원으로 부실채권 비율은 16.44%에 이른다.

권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은행권의 과당경쟁 움직임에 대해 “금융권의 구조개편 움직임과 맞물려 금융회사 간 과당경쟁이 심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1분기 중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이 2.2% 증가하는 등 빠르게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저신용자에 대한 카드발급 남발과 카드론 증가로 카드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 원장은 이날 간담회 전 기자들과 만나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문제와 관련, “아직 금융위원회와 협의가 안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국의 최종 판단은 다음 달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간담회에는 시중은행 7곳을 비롯해 산업, 기업, 농협, 수협, 수출입 등 특수은행 5곳 및 지방은행 등 18곳 은행장이 참석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