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 온라인 대출장터 인기몰이 돈 꾸는 中企 ‘큰소리’… 갑·을 역전

입력 2011-04-26 18:35


일반적으로 은행 대출 문턱을 넘기 위해서 고객은 몸을 굽혀야 하기 마련이다. 특히 거래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라면 한 번쯤 은행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경험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실패 등으로 시중 은행이 돈을 ‘굴릴’ 곳이 없어지면서 이제 갑-을(甲-乙) 관계가 바뀌고 있다. 중소기업이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 금리 ‘경매’를 벌이는 신용보증기금의 온라인 대출장터가 출범 3개월 만에 4000억원에 육박하는 대출 실적을 올리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동에 자동차 정비센터를 창업한 김모씨는 운영자금 5000만원을 빌리려다 은행의 높은 문턱을 절감했다. 거래실적이 거의 없고 담보도 없는 초보 사업자 김씨에게 은행은 10%에 육박하는 고금리를 제시했다.

고민하던 김씨는 올해 초 온라인 대출장터를 찾았다. 온라인 대출장터는 기업이 자신이 원하는 대출금액과 조건을 제시하면 은행 지점들이 대출 금리를 제시하는 일종의 금리 경매사이트다. 김씨는 4년 만기에 변동금리 5%대를 제시한 은행 지점 두 곳 가운데 우리은행 방배지점을 선택했다. 김씨는 “다른 은행은 변동금리가 뭔지, 고정금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조차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다”면서 “금리도 우리은행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전산소모품 도매업을 하는 이모씨도 온라인 대출장터를 통해 운영자금 5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씨는 거래가 없던 8개 지점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지만 아침 일찍 회사 사무실을 방문해 대출 절차를 미리 안내한 은행을 선택했다. 대출금리도 거래은행이 제시한 것보다 저렴한 5.3%에 불과했다. 은행이 주는 대로 받았던 과거와 달리 기업이 ‘갑(甲)’의 지위에서 선택하게 된 셈이다.

신보의 온라인 대출장터는 지난 1월 21일 출범한 뒤 지난달까지 3513건, 3672억원의 대출보증실적을 올렸다. 보증지원 금액이 대출금액의 85∼95%수준인 걸 감안하면 실제 이뤄진 대출금액은 4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업 거래 지점을 제외한 시중은행 1개 지점의 기업 대출이 대략 월 500억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웬만한 은행 지점 2∼3개의 대출 실적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기업과 은행 간 서로 ‘윈-윈’하는 시스템이 온라인 대출장터의 성공요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은행 간 경쟁을 통해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은행 입장에서는 거래가 없는 기업이나 다른 지역 기업에도 영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 대출장터에는 지방은행을 포함한 16개 은행의 3306개 지점이 등록해 영업을 하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