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논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로 대기업 경영진 견제해야”
입력 2011-04-26 18:20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가 26일 대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주장했다.
곽 위원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차 미래와 금융 정책토론회’에서 “이미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할 효과적인 수단으로는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가장 적절하다”고 말했다.
곽 위원장은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및 지배구조 선진화’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와 신한은행, 포스코, KT 등 대기업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연기금을 통한 견제를 강조했다. 곽 위원장은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의 2대 주주로 보유 지분(5.00%)이 이건희 회장(3.38%)보다 많다”면서 “하지만 국민연금이 삼성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해 왔는지 매우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포스코, KT 등 오너십이 부족한 대기업의 경우도 방만한 사업 확장 등으로 주주가치가 침해되고, 국내 경제에 역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5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 지분 5% 이상 보유한 기업이 139개에 달한다고 미래위는 밝혔다.
이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곽 위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대기업 견제와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주창함에 따라 이 문제는 향후 정치권과 정부, 재계 내부에서 상당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위 핵심 관계자는 “외국의 많은 연기금들이 기업 지배구조를 견제하고 있다”며 “별도의 법 개정 없이 현행 규정만으로도 공적 연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는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는 지나친 경영권 간섭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또 국민연금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정치권이나 정부로부터 독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미래위 발표 내용은 청와대와 사전에 논의된 적 없다”며 “곽 위원장이 학자로서의 소신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