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등 모든 무역거래에 적용되는데… 관세표에도 ‘번역 오류’ 수두룩

입력 2011-04-26 23:03


우리나라 모든 수출입 품목을 정리해 놓은 관세표에서 영어를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단순 오탈자를 비롯해 영어 발음대로 표기하는 일 등의 문제점이 다수 확인됐다.

외국과의 무역 거래에 모두 적용되는 관세표에 문제점이 있으면 자유무역협정(FTA)은 물론 이를 기초로 하는 모든 협정문들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차제에 관세표의 오류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본보가 기획재정부가 2010년 개정고시한 ‘관세·통계통합품목분류표(HSK)’를 분석한 결과 귀금속 등을 분류해 놓은 14부의 ‘1708 12 10 00’번 품목의 영문설명인 ‘Lumps, billets and grains’가 ‘럼프 빌레트, 입’이라고 표기돼 있다. 앞의 두 단어는 번역 없이 영어 발음을 그대로 따온 것이고, 작은 알갱이 등의 의미를 가진 grains는 뜻을 알기 어려운 ‘입’이라는 단어로 표기돼 있다.

번역할 수 있는 단어인데도 영어 발음 그대로 옮겨진 경우는 이뿐이 아니다. 가죽류 등을 분류해놓은 41류에서 ‘Full grains, unsplit; grain splits’은 ‘풀그레인, 언스프릿 및 그레인 스프릿’으로 표기됐다.

증류주를 뜻하는 ‘split’라는 단어가 바로 윗 번호 품목에서는 ‘증류수’로 오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오류들은 몇 개 단어를 기준으로 검색해 확인한 것들로, 전체 1만개가 넘는 관세표 품목으로 검증 대상을 확대하면 유사한 문제점들이 곳곳에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특히 모든 무역 협정문에서 관세 양허표 등의 기초가 되는 것이 관세표라는 점을 감안할 때 관세표 상의 오류가 있는 한 이번 한·EU FTA오역 문제와 같은 소모적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내에서조차 차제에 관세표의 단순 실수와 같은 오류를 수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워낙 양이 많고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수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최근 번역 오류문제가 수면위에 떠오른 이상 전체적으로 손을 봐서 논란의 여지를 없앨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입’의 경우 과거에 쓰였던 한자어를 그대로 한글로 옮기면서 생긴 오해이고, 영어 발음을 그대로 옮긴 것 등도 오래된 관행들”이라면서 “번역 오류라고 보기는 어렵고, 실제 적용은 품목 코드 번호에 따라 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 “증류수와 같은 단순 오기 등에 대해서는 더 없는지 검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2012년 관세표 개편 시기에 맞춰 그런 것들은 시정하겠다”고 해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