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리아 유혈사태 제재 검토”

입력 2011-04-26 21:45

미국이 시리아 정부에 대한 제재를 고민하면서 시리아 사태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민간인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시리아 정부를 강력히 비난했다. 토미 비에터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에서 “시리아 당국의 폭력적 진압은 명백히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폭력적 진압행위가 용인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정밀 제재 방안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리아 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미국은 리비아 군사 개입과는 달리 시리아 정부에 대해서는 공식·비공식적으로 강경 진압을 자제시키는 수준으로만 개입해 왔다. 시리아가 중동 지역에서 가장 핵심 이익이 걸려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대(對)테러전에서 시리아 정보부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이기도 하다.

시리아 정부가 25일 시위대 거점도시 다라에서 탱크를 앞세워 시위 진압에 나서면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현지 인권단체는 “39명이 사망하고 500여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유혈진압이 계속되면서 미국 주요 언론들은 미 행정부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과 측근들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 내 일각에서는 리비아에 적용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제재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가족, 핵심 측근을 겨냥한 조치다. 따라서 리비아식 모델을 따를 경우 알 아사드 대통령과 가족, 시위 진압에 책임이 있는 핵심 측근들의 미국 내 자산 동결, 미국 기업 및 미국민과의 상업적 거래 금지 등이 내려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재 방안이 시리아 정권에 직접 타격을 주기보다는 상징적인 조치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등 유럽 4개국은 시리아 정부의 유혈진압 규탄을 안보리 회원국에 요청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