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공개 문건 “알카에다, 9·11 이후 새 테러 구상”

입력 2011-04-26 18:16

위키리크스의 미국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 779명 파일 공개로 미국이 갖고 있던 테러 관련 기밀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는 9·11 테러 뒤 새로운 테러를 구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포스트 9·11 테러 기획됐다=9·11 테러 주범인 칼리드 세이크 모하메드는 테러 수개월 뒤 조직원과 새로운 테러를 모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성·아동용 옷에 플라스틱 폭탄을 숨겨 밀반입한 뒤 터뜨리자는 것이었다. 이를 제안한 사람은 미국 뉴욕에서 해운·여행업으로 성공한 파키스탄인 사이풀라 패러처(64)였다. 훗날 관타나모에 수감된 패러처는 “아파트 내부에 가스를 유출시킨 뒤 폭발시키거나 뉴욕 브루클린 다리를 지탱하는 강철 케이블을 끊어버리자고 모의했다”고 자백했다. 기획은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오사마 빈 라덴은 9·11 이후 3개월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아프가니스탄을 돌아다녔던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빈 라덴은 9·11 나흘 뒤 미국이 개전을 선언하자 아랍 전사들에게 ‘항전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그는 2001년 12월 미국·영국 특수군에게 체포되기 직전 파키스탄 군 장군의 도움으로 달아날 수 있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알카에다 수뇌부는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TV로 9·11 테러 장면을 지켜봤다는 것이다.

◇미 당국, 영국 BBC 의심=미 당국이 영국 BBC방송과 알카에다의 연관성을 의심했던 것으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위키리크스 자료 분석 결과 밝혀졌다. BBC 월드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직원의 전화번호가 체포된 여러 테러리스트 소지물에서 발견돼서다.

미국은 또 2007년 파키스탄 정보부(ISI)를 테러 조직으로 의심하고 국제 반군 네트워크 명단 60여개에 포함시켰다.

영국 런던 북부 핀스베리 공원에 위치한 한 이슬람 사원은 이슬람 전사 양성소 역할을 톡톡히 해 테러 세력 사이에서 ‘천국’이라고 불렸다. 텔레그래프는 관타나모 수감자 중 최소 35명이 이곳에서 교육받고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돼 미군과의 전투에 참가했다고 전했다.

◇미국 “불법적 취득 자료” 비난=미국은 위험한 테러 용의자를 풀어줬다가 나중에 화를 입었다. NYT에 따르면 2004년 허위 자백을 하고 관타나모에서 풀려난 압둘라 메수드는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간 뒤 파키스탄 내무부 테러를 주도해 31명을 숨지게 했다. 9·11 테러의 주범 모하메드는 183차례나 물고문을 당했다.

미 백악관 제이 카니 대변인은 “불법적으로 취득된 자료가 공개됐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구금자 파일은 현 행정부에서 재검토해 고쳐졌다. 지금은 내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NYT와 가디언은 위키리크스가 아닌 다른 취재원을 통해 자료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미 국무부 외교문서를 빼낸 것으로 알려진 브래들리 매닝 일병을 자료 유출자로 추정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