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빵에서 시작”… 美 외교誌 “식량위기가 아랍 시위 불러”
입력 2011-04-26 18:16
튀니지 반정부 시위자들 손에는 바게트 빵이 들려 있었다. 예멘 시위대들은 ‘떠나라’는 문구가 적힌 전통 빵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집트 시리아 등 다른 중동 국가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펼쳐졌다. 이들의 요구는 “백성을 굶주리게 한 무능한 지도자는 물러나라”였다.
미국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26일 최신호의 ‘식량 이슈’ 기사를 통해 식량 부족과 식량 가격 폭등이 중동 독재자들을 쫓아냈다고 분석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집계하는 ‘식품가격지수’는 2000년 90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205를 기록했고 올해 1월과 2월에 각각 231, 237을 기록하는 등 230선을 웃돌고 있다. 식량가격 폭등은 소득의 50∼70%를 식비로 쓰는 전 세계 20억명 이상의 빈곤층에게 치명타가 됐다. 곡물 생산량이 이미 줄어든 시리아와 이라크, 수확기 곡물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예멘 등 중동 지역 식량 수입국 국민들의 동요가 반정부 시위라는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식량가격 폭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FP는 매일 21만9000명이 출생하는 데다 중국 중산층 확대 등으로 식량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와 관개용 지하수 고갈 등으로 식량 생산량은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다. 옥수수 경작지의 기온이 1도 오르면 생산량은 10% 감소한다. 지난해 러시아는 무더위 탓에 곡물 생산량이 40% 감소했다.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중동 지역 역시 인구는 계속 증가하는데 용수 부족으로 곡물 생산량은 감소한 지역이다. 식량을 무기화하는 움직임도 식량난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FP는 “식량이 세계 정치를 움직이는 숨은 동력이 됐다”며 “식량위기는 앞으로 정치적 혁명을 동반한 식량 폭동을 더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은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식량위기가 고착화되기 전에 국제사회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