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서 즐기는 요트… 바다 안부럽다

입력 2011-04-26 21:12


심영식(57·변호사)씨는 주말이면 한강에서 요트를 즐긴다. 어릴 적 미국 알래스카에서 살던 시절, 배를 여러 척 소유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배타는 것이 일상화 돼 있던 심씨였다. 21년 전 귀국했지만 서울에서 배 타기란 쉽지 않았다. 가까운 바다까지 가려면 오고가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다. 한강은 그에게 바다였다.

“가까우니 얼마나 좋아요. 서울 같은 대도시에 이런 강이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죠. 실제 한강에서 요트를 타보면 바다와 다를 것이 없어요.”

7년 전 그는 길이 10m가 넘는 크루저급 요트를 사 아예 한강에 띄웠다. 한강에 본격적인 요트클럽이 태동한 것이다.

한강이 바다를 대신할 수상레저 장소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우선 접근성이 좋고 바람도 배 띄우기 좋을 정도로 꽤 분다. 폭 1100m, 깊이 4∼5m로 요트를 즐기기엔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은 물때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출항시간의 제약을 받는데다 바다 곳곳에 어장이 있어 항해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물론 한강에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잠수교의 높이가 낮고 행주대교 부근에 설치돼 있는 수중보 때문에 요트가 한강에서 바다로 곧장 항해할 수 없다. 그래서 한강 요트맨들은 한강과 서해안을 연결하는 경인 아라뱃길이 하루빨리 완공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요트를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요트를 소유할 필요는 없다. 요트는 300만원짜리 딩기급에서부터 300억원에 이르는 초호화요트까지 수많은 종류가 있다. 말이 없어도 승마를 즐길 수 있듯 요트를 갖지 못하더라도 즐기는 방법은 많다. 바로 한강 여러 곳에 소재한 요트클럽을 찾는 것이다.

한강의 요트클럽은 10여척 이상 보유한 기업형도 있고 1척만으로 운용되는 동호인 형태도 있다. 서울 상암지구에 닻을 내린 ‘700요트클럽’은 기업적으로도 성공한 대표적 요트클럽이다. 2006년 문을 열어 크루저급 등 12척의 요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서울 이촌지구에서 운용되는 ‘해마루요트클럽’도 있다. 12년전 동호인 형태로 시작해 각종 경기에 참가하며 성가를 높이고 있다. 최근 국회의사당 뒤편 여의도지구에 개장한 ‘서울마리나’는 200억원 이상이 투자된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여러 사정으로 출발이 삐걱거렸지만 90대 수용규모의 계류장 등을 갖춰 한강권 최대 요트클럽으로 웅비할 꿈을 꾸고 있다.

요트클럽은 초심자들에게 소정의 조종기술을 가르친 뒤 일정한 요금을 받고 배를 대여해준다. 조종기술은 1∼2시간 만에 되는 간단한 조작기술에서부터 주말을 이용해 한 달간 계속하는 고급기술까지 다양하다. 당일 요금제도 있지만 연회비를 내고 회원제로 운영하는 클럽들이 대부분이다.

‘700요트클럽’의 경우 연회비 480만원이면 요트를 즐길 수 있다. 이은정 700요트클럽 대표는 초심자의 경우 굳이 배를 살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편다.

“배를 보유하게 되면 많은 유지보수 비용이 수반됩니다. 계류장 연간 정박비용과 비슷한 금액을 회비로 책정했지요.”

요트클럽은 단순히 배만 타고 빌려주는 곳이 아니다. 영화에서처럼 새로운 사교문화, 레저문화가 꽃피는 곳이다. 연인들은 프로포즈를 위해 요트를 이용하고 와인동호회는 요트 선상에서 와인향기에 취한다. 클럽에 딸린 레스토랑에서는 생일파티, 약혼식 등 기념행사가 열리며 일부 대기업에서는 임직원 단합대회를 요트경기로 대신한다. 기성세대와는 완연히 다른 신세대의 새로운 레저·사교문화가 이미 요트클럽에서 행해지고 있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