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 업무보고, 영화제작자 고충 토로… “메이저 배급사, 앉아서 제작사 수익 20% 떼가”

입력 2011-04-26 21:10

“영화 산업을 장악한 대기업들이 영화 제작자들을 마치 하청업자 다루듯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선 한국영화의 미래가 없죠. 최근에는 대기업 배급사들이 편법으로 제작사의 수익마저 뺏으려 하는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습니다.”(조철현 타이거픽처스 대표)

26일 오후 2시 서울 청량리동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서 열린 영진위 주요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영화계 각종 논란거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왕의 남자’ ‘평양성’ 등을 제작한 조 대표는 “문화 예술의 한 분야로 명맥을 유지해야할 영화산업이 대기업이 적극 참여하면서 상품으로 전락해버렸다”며 대기업 배급사를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조 대표는 “메이저 배급사들은 제작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수익의 40%인 제작사 지분 중 20%를 떼어가고 있다. 영화계 전체가 대기업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진위 등에 흔들리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진위 조사결과 CJ와 롯데, 쇼박스 등 3개 대기업 배급사의 시장점유율은 72.5%에 이르고 있고 중소 규모의 배급사들은 개봉극장을 잡기 어려운 실정이다.

차승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은 한국음악저작원협회(음저협)를 성토했다. 그는 “음저협이 최근 극장을 대상으로 영화에 포함된 영화음악에 대해 전체 매출액 기준 1%의 사용료를 요구하고 나섰다”며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황당한 일이다. 정부가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워낭소리’를 제작한 고영제 인디플러그 대표가 일부 극장이 독립영화 예고편을 상영하면서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이창무 한국상영관협회장이 “극장 전체 일인가?”라고 맞받으면서 회의장 분위기가 한때 험악해지기도 했다. 고 대표는 “전체는 아니지만 일부 영화관에서는 분명히 실제로 있는 일”이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영진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영화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한국영화산업동반성장협의회를 구성하는 등의 6대 중점 과제를 발표했다. 한국영화산업동반성장협의회는 영화산업의 불공정한 환경을 개선하고 영화계 상생 방안을 찾는 일을 하게 된다.

영진위는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 심사를 거쳐 다음달쯤 배급사와 상영관의 수익분배율 등을 조정한 표준계약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업무보고에는 정병국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김의석 영진위원장, 이춘연 영화단체연대회의 이사장, 김형준 CJ E&M 글로벌본부 고문, 최진욱 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 영화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 등이 참석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