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나무통장수 조세연구원

입력 2011-04-26 17:38

“바람이 불면 나무통(桶)장수가 돈을 번다”라는 일본속담이 있다. 엉터리 추론을 이어가면서 현실성 없는 결론을 끌어낸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내용을 풀어보면 이렇다.

바람이 불면 모래먼지가 날려 눈병이 창궐한다→시각장애인들은 노래라도 불러 생계를 꾸리려고 하기 때문에 샤미센(일본의 전통현악기) 수요가 는다→샤미센을 만들자면 고양이 가죽이 필요해 고양이 개체수가 준다→고양이가 줄면 나무통을 갉아먹는 쥐가 늘어 나무통이 많이 팔릴 거다.

일견 그럴싸한 논리 같지만 황당무계 그 자체다. 돈을 벌자면 늘 잠을 자야 한다는 주장이나 다를 바 없다. 잠을 자야 돼지꿈이라도 꿀 것이니 깨어있는 시간을 가급적 줄여야겠다는, 그래야 복권이라도 당첨될 게 아닌가 하는 식의 논리다.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인지는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바로 짚어낼 수 있겠다. 그런데 비슷한 경우가 국책연구기관에서, 그것도 그럴싸한 연구보고서에서 확인된다면….

조세연구원이 지난해 말 내놓은 ‘지방자치단체를 통한 교육재원조달연구’ 보고서는 지자체의 교육투자와 지역주민과의 이해관계 등을 분석한 의미 있는 연구다. 하지만 보고서 가운데 5장 ‘학교 특성이 아파트가격에 미치는 영향 분석’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예컨대 수능 언어 평균점수가 1점 오르면 가장 인접한 아파트 가격이 행정구역상 같은 동(洞)의 다른 아파트보다 3.3㎡(1평) 당 최고 3969.9원이 오른다, 인근에 특목고가 있으면 집값이 최고 981만원 이상 오른다, 아파트 부근에 초·중·고교가 신설되면 매매가와 전세가가 덩달아 오른다 등등.

교육환경과 집값이 플러스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인데도 지난 10년 동안의 자료를 기초삼아 그토록 치밀하게 계량분석을 할 필요가 과연 있었는지 의문이다. 교육 투자는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니 지방재정을 그쪽으로 투입하는 게 옳다는 주장을 끌어내려고 고심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보고서 안에서도 집값 변동은 학교 등 교육환경 뿐 아니라 역세권 여부, 백화점 병원 공원 등에 좌우된다고 쓰고 있지 않은가. 원인이 여럿인데도 유독 학교, 수능 점수 등을 두드러지게 주장하는 게 마치 나무통장수 셈법과 다를 바 없다.

보고서 서언에는 “보고서의 내용은 전적으로 저자들의 의견이며, 한국조세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국책연구기관의 탁상공론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