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럴해저드 심각한 금감원부터 손봐야

입력 2011-04-26 17:44

금융감독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금감원은 금융시장의 불법을 감시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금융검찰로 불린다. 종사자들의 엄격한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건 당연지사다. 그런데 전·현직 직원들이 비리를 저질러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있으니 기강 해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위 간부들의 잇단 금융기관 편법 이직도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금융안정과 금융신뢰의 종결자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는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한 달 전 취임사가 무색하다.

최근 금품비리로 검찰에 적발된 금감원 전·현직 직원은 5명이다. 건설사로부터 금품을 받고 대출을 청탁하거나 금감원 로비 명목으로 돈을 받고 부실기업의 유상증자를 허가해주도록 부탁한 혐의 등이다. 보해저축은행 감독 과정에서 4000만원을 받은 금감원 간부도 체포됐다. 어이없는 것은 이 간부가 지난달 저축은행 불법대출 합동수사팀이 구성될 때 보해저축은행을 수사하는 광주지검에 파견된 것으로 드러난 점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다. 이들 비리는 일회성으로 넘길 게 아니다. 뿌리 깊은 구조적 비리로 봐야 한다. 부실 저축은행과 은밀한 거래를 한 사례도 적발된 만큼 저축은행과 결탁한 직원들이 또 없는지 철저히 파헤쳐져야 한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금감원 간부들이 퇴직 후 금융기관 감사 등으로 대거 이동하는 데 따른 모럴해저드 논란도 거세다. 공직자윤리법 기준을 지켰다고는 하나 퇴직 전 해당 금융기관 업무와 무관한 부서에서 일하다 이직하는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행을 방불케 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부산저축은행 계열 5개사 가운데 3곳의 감사도 금감원 출신이지만 결과적으로 자리만 차지한 꼴이 됐다.

부산저축은행 등 7개 부실 저축은행 임직원들이 친인척과 지인 등을 위해 영업정지(2월 17일) 전날 1000억원이 넘는 예금을 부당인출한 사태에 대해서도 금감원의 부실 감독 책임이 적지 않다. 금감원 감독관들이 부산저축은행에 파견돼 있었음에도 이를 막지 못했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소속 직원들의 비리에 감독 부실과 무능함까지 드러난 금감원은 이 모든 사태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