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 목회자·장로 3000여명 통회의 기도회… “교회가 길 잃으면 민족에 시련”

입력 2011-04-26 20:51


“아무도 보지 않을 때 과연 우리는 어떤 사람인가. 혹시 공적예배와 생활예배가 일치하지 않은 거짓 목사나 장로는 아닌지 진지하게 가슴앓이 해야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3000여명의 목사·장로는 25∼27일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 광명교회에서 열린 ‘전국 목사·장로기도회’에서 신앙의 이중성 탈피와 정체성 회복을 놓고 가슴을 치며 통회 자복했다.

매년 예장 합동의 목회자와 장로가 한자리에 모여 나라와 민족, 교단과 교회를 위해 간구하는 ‘목사·장로기도회’는 ‘기도한국’과 함께 교단을 대표하는 대규모 기도회다. 기도회는 1960년대 군사정권의 탄압과 부조리에 기도로 맞서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으며, 올해로 48회를 맞게 됐다. 주 강사로 나선 오정현(사랑의교회) 송태근(강남교회) 소강석(새에덴교회) 목사 등은 신앙의 세속화를 탈피하고 개혁주의 신앙을 회복하자고 입을 모았다.

송 목사는 26일 마가복음 12장에 나타난 종교지도자의 폐해를 지적하며 헌금 성도 수 등 외부 조건에 집착하지 말고 하나님이 일하시는 본질적 목회에 주력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연약한 종교성을 교묘하게 이용해 개인의 배를 불리며 종교라는 껍데기를 덮어씌우는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지 않은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면서 “예수님은 과부의 가산까지 삼키려는 종교지도자를 향해 엄중한 경고를 하셨는데 우리도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목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 목사는 교회의 신앙교육, 정체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민족과 국가, 교회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심어줄 때 신앙도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면서 “다음세대에 교회 중심적 믿음을 갖게 하려면 온전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섬기게 하는 믿음전수 교육과 인성 교육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25일 설교자로 나선 오 목사는 한국교회에 침투한 세속화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모세처럼 조국을 위해 기도하는 목사·장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영적 권위를 잃게 된 근본 이유는 바벨론의 타락한 문화에 동화됐던 이스라엘 민족처럼 세속화와 신앙의 이중성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매일 말씀을 읽고 기도하면서 거룩한 도전과 상처를 받지 못한다면 사탄과의 암묵적 불가침 조약인 세속화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 근현대사와 교회사에서 볼 수 있듯 교회가 잘못된 길로 나아가면 민족이 시련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더 하나님 앞에 납작 엎드려 자비와 은총을 간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두 손 들고 “주여”를 외치며 간절히 기도했다. 이번 기도회가 예년에 비해 더욱 진지했던 것은 최근 한국교회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가 직·간접적으로 예장 합동과 관련돼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김삼봉 총회장은 “에벤에셀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하며 주의 이름으로 모이는 데 힘쓰는 교단, 하나님 중심으로 기도하고 회개하는 교단이 되자”고 부르짖었다. 현재 예장 합동에는 1만8611명의 목사와 2만156명의 장로가 소속돼 있다.

의정부=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