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이식후 다시 만난 목회자들

입력 2011-04-26 16:19


[미션라이프] “꿈만 같아요. 기적입니다.”

간경화 증세로 죽음의 문턱을 드나들던 한 목회자에게 2명의 동료 목회자가 자신의 간을 기증, 이식 수술을 마치고 다시 만났다(4월 4일자 29면).

25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7층 입원실.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송경환(50·수남제일교회) 목사와 자신의 간을 기증한 김선곤(46·주는교회), 양대규(53·믿음의교회) 목사가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7일 이 병원 수술실에 나란히 누워 14시간의 수술을 받았다. 당초 병원은 양 목사와 김 목사의 간을 각각 35%씩 떼어내 송 목사에게 이식하려 했으나 수술 당일 양 목사 간에서 염증 반응이 나오는 등 이식이 어려워져 김 목사의 간을 60% 절개해 송 목사에게 이식했다.

송 목사는 “예상보다 회복이 빠르다”며 “다음달 8일이 퇴원이지만 더 빨리 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수술을 받은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기뻐했다.

송 목사는 지난달 초 간경화 증세로 쓰러졌다. 세 번째였다. 1998년 B형 간염으로 간성혼수에 빠졌고 지난해엔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 간 이식 외엔 치료방법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송 목사가 쓰러지자 경기도 이천시 장로교목회자연합회(장목회) 소속 목사와 사모들은 송 목사를 살리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사순절 기간이었던 지난달 7일, 간 기증이 가능한 목회자와 사모들은 병원 복지팀으로 달려가 서로 자신의 간을 내놓겠다며 줄을 섰다. 장목회 소속 10개 교회도 특별헌금 시간을 갖고 이식 적합 여부에 필요한 검사비용을 보탰다. 수술은 한 달 만에 이루어졌다.

김선곤 목사는 6년 전에도 B형 간염에 걸린 개척교회 목회자에게 자신의 간을 기증하려고 했으나 환자가 종적을 감춰 수술하지 못한 얘기를 했다. 김 목사는 “만약 그때 기증했다면 이번 수술은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게 모두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현재 김 목사와 양 목사는 수술 후유증을 겪고 있다. 수술 9일만에 퇴원한 이들은 체중 저하와 어지러움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입원실에 있을 때는 헛것이 보일 정도였다고. 양 목사는 “부활주일 성찬식에서 쓰러질 뻔했다”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쉽지 않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세 명의 목회자들은 요즘 거의 매일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통증이나 체중 변화 등을 확인하면서 ‘목우(牧友)의 정’을 쌓고 있다. 현재 이들은 부족한 병원비 3000여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28일 주라성교회가 주최하는 일일밥집을 비롯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다음 아고라) 모금운동 등을 전개 중이다. 송 목사는 평생 억제제를 먹어야 한다. 간이 나빠지면서 비장이 커졌고 이번 수술에서 비장과 쓸개까지 제거한 탓이다. 이식 수술 비용 외에도 사후 병원비 충당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송 목사를 살리기 위해 개인후원자들이 도왔다. 이천시 소재 소망치과 김동훈 원장이 1000만원, 괴산 복음의원 이승희 원장이 400만원, 본보 기사를 보고 기부한 독자들도 650만원을 보탰다.

송 목사는 92년 교회를 개척해 지난해까지 비닐하우스 교회에서 성도 20여명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지역 내 장애인과 독거노인, 조손가정 아이들을 이창숙(53) 사모와 함께 정성껏 돌봤다. 지체장애 1급인 딸과 고3 아들이 있으며 이 사모도 건강이 안 좋아 고혈압과 뇌경색으로 쓰러진 적이 있다.

송 목사는 “이제 다시는 쓰러지지 않을 것”이라며 “제2의 인생을 산다는 각오로 하나님을 위해 살겠다”고 말했다(송경환 목사 010-2002-8360).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