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목자의 눈으로 삶을 풀어내다… ‘베두인의 눈으로 본 시23편’
입력 2011-04-26 17:55
베두인의 눈으로 본 시23편/소강석 지음/쿰란출판사
시편은 아름다운 운율과 서정성, 절대자 하나님에 대한 절절한 표현 등으로 성경 가운데 성도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책이다. 그중 23편은 단연 백미로 꼽힌다. 하지만 성도들이 알고 있는 23편의 내용은 대개 피상적이고 단편적이다. 6개 절에 불과하지만 워낙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23편의 주석서가 유달리 많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도 시편 23편을 풀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책들과 차별화된다. 색다른 관점과 구성으로 23편의 내용과 의미, 교훈 등을 찾아 나선 것이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 ‘부족함 없는 삶’ ‘푸른 초장, 쉴 만한 물가’ ‘소생과 의의 길로 인도’ ‘두려움 없는 삶’ ‘원수의 목전에서 상을 베푸시는 하나님’ ‘기름 부으심과 잔이 넘침’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함’ 등 모두 9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책은 무엇보다 시편 23편이 쓰인 시·공간적 상황과 문화적 배경을 토대로 다윗의 마음을 읽어내는데 노력했다. 예를 들어 3장에 나오는 푸른 초장이나 쉴 만한 물가를 말할 때 광활한 초원이나 그 언저리에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아님을 깨우쳐준다. 뜨겁고 메마른 유대 광야를 떠돌아야 하는 목자 입장에서 설명해준다. 1장에 나오는 하나님과 목자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자칫 불경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을 하게 된 다윗의 심경과 입장을 잘 밝혀준다.
“양은 절대로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무력한 동물입니다. 목자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습니다. 다윗은 목동 생활을 해봐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목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책은 성경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23편 내용을 풀어가면서 신·구약 전체에서 연관되는 내용을 같이 설명해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다. 가령 6장에서 원수의 목전에서 상 주시는 하나님 이야기를 하면서 요셉의 이야기(창세기), 에스더와 모르드개의 이야기(에스더서) 등을 한다. 5장에 나오는 지팡이와 막대기를 통해 출애굽 때 쓰인 모세의 지팡이, 성경에서의 막대기 의미 등이 다양하게 설명된다.
“구원의 막대기는 구원사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이신 것을 압니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를 구원해 주셨고, 사탄의 머리를 깨버리셨습니다. 그래서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이새의 줄기에서 나오는 한 싹 ‘네쩨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책의 특장은 ‘현실 적용’이다. 시편 23편을 설명해 나가면서 저자 자신과 교회, 그리고 주변 이야기를 병행해 바로 지금, 여기서, 우리에게 적용되는 교훈을 추출하는 것이다. 8장의 선하시고 신실하게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설명하면서 저자의 목회 과정과 장모인 정금성 권사 이야기를 하는 것 등이다.
“제가 신학교를 광주로 갔기 때문에 하나님 다음으로 중요한 정 권사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또 광주에서 문 장로님과 김 권사님을 만났습니다. 그분들이 가락동에서 구미동으로 옮길 때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리어카를 끌 때 뒤에서 조금만 밀어줘도 힘이 되는데 이분들은 앞에서 끌어줬습니다.”
그 외에도 책에는 저자의 개성을 엿보게 해주는 부분들이 여럿 있다. 특유의 ‘내러티브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문장과 문체는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게다가 내용과 어울리는 찬양곡을 중간중간 삽입해 읽는 재미와 감동을 배가시킨다. 무엇보다도 책을 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장영일 장신대 총장이 “나 또한 ‘유다 광야에서 읽어보는 시23편’을 통해 고대 근동 배경과 문화적 구조, 신학적 해석을 시도했지만 소강석 목사의 책은 고고학적 배경, 문학적 구조와 신학을 하나로 묶는 통전적 강해와 내러티브 서사로 탁월하다”고 평가한 점이 주목된다.
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