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 선사박물관 르포… 280만년전 인류가 직립보행 했다고?
입력 2011-04-25 22:13
‘한반도는 인류 역사와 어떤 관계에 있을까.’
25일 문을 연 경기도 연천 ‘전곡선사박물관’ 상설 전시장은 280만년 전 직립보행을 시작한 화석인류 루시, 불을 사용한 호모 에렉투스, 인도네시아 소인국 사람 실물 크기로 복원한 14종류의 화석 모형을 통해 다양한 인류를 보여줬다. 모닥불을 피워놓은 듯한 구석기 동굴에 손전등을 비추며 들어가니 프랑스 라스코동굴, 스페인 알타미라동굴 등에서 발견된 벽화가 원형대로 그려져 있었다. 또 원시인의 손자국과 동굴 벽을 따라 눈 코 입이 그려져 있었고, 동굴 입구에 네안데르탈인의 매장 터가 있는 것도 특이했다.
상설 전시장 입구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임대한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눈에 띄었다. 이 유물은 1978년 미군 병사 그렉 보웬이 이 지역에서 발견한 것으로 아시아 지역의 선사문화가 유럽과 아프리카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고고학계의 오랜 편견을 뒤엎은 역사적 의미를 더하고 있었다.
동굴 밖에는 원시인들이 사냥한 매머드 고기를 식량으로 사용하고 가죽으로 옷을 지어 입고 남은 턱뼈 등으로 지은 움막도 지어 놓았다.
전곡선사 박물관이 개관기념으로 마련한 ‘선사시대로 떠나는 시간여행’은 고고학 체험을 제공했다.
박물관 입장 때 지급하는 아이디(ID)카드를 포토박스에 갖다대고 얼굴사진을 저장한 뒤 각 코너에서 시대별 원시인의 얼굴과 자신의 얼굴을 합성할 수 있다. 또 1991년 알프스 얼음 속에서 발견된 5000년 전의 아이스 맨 ‘외찌’를 만나고, 미라 모형 주변에 설치된 현미경으로 아이스 맨 몸속에서 발견된 꽃잎의 조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조개껍질에 담은 천연물감을 빨대에 넣어 입으로 불어 자신의 손 모양을 동굴 벽에 그리거나 퇴적층을 대신하는 블록을 걷어내면서 토기 귀걸이 주먹도끼 등 시대별 유물을 발굴하는 간단한 놀이도 가능했다.
야외전시장에서는 돌을 깨서 석기를 만들고 통나무 등으로 막집을 짓는 방법을 배우거나 창을 던져 사냥하는 방법과 가죽을 다듬어 옷을 만드는 방법을 익힐 수 있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은 국가사적 제268호로 지정된 80만㎡(24만평) 규모의 선사유적지 한켠에 위치하고 있어 다음달 초 열리는 구석기축제 관람객들에게 볼거리 더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연천=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