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타나모 수용소 심문 위키리크스서 문건 공개… “알카에다, 유럽에 핵폭탄 숨겨놨다”

입력 2011-04-25 19:19

지난해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을 폭로한 위키리크스가 이번엔 미 관타나모 수용소 심문 기록에 관한 비밀문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문서에는 알카에다가 유럽에 핵폭탄을 숨기고 있다는 주장 등 충격적 내용이 포함돼 있다.

◇비밀문서 내용은=25일(현지시간) 위키리크스로부터 문서를 미리 제공받아 분석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알카에다 고위 간부는 미 국방부 심문에서 “오사마 빈 라덴이 체포되거나 암살될 경우 알카에다가 유럽에 숨긴 핵폭탄을 터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9·11 테러 주도자로 수감 중인 칼리드 세이크 모하메드도 “알카에다가 핵폭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심문에서 말했다.

알카에다가 핵물질을 얻으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했다는 사실도 심문에서 드러났다. 미국이 알카에다가 핵연료 우라늄을 손에 넣었을까봐 전전긍긍한 정황도 나타났다.

◇입수 경로 안 밝혀=위키리크스가 공개하기 시작한 문서는 2002∼2008년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 779명 중 758명 각각의 파일이다. 수감자 개인별로 인적사항, 건강상태, 행적, 심문 시 진술 내용 등이 A4용지 여러 장에 담겨 있다. 모두 합치면 수천 쪽에 이른다고 위키리크스는 밝혔다.

위키리크스는 일단 일부 수감자 자료를 PDF 파일로 만들어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자료는 수감자의 출신 국가별로, 자료 게재 날짜별로 찾아볼 수 있게 돼 있다. 미 국무부 외교문서 폭로 때와 비슷한 방식이다. 위키리크스는 문서 입수 경로를 밝히지 않았다.

위키리크스는 텔레그래프, 워싱턴포스트, 르몽드, 슈피겔 등 전 세계 언론 10곳에 미리 자료를 제공했다. 이들 언론은 이날 일제히 문서 내용을 보도했다.

◇파장은 지켜봐야=이번 공개는 위키리크스의 대형 폭로 2탄인 셈이지만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미국 정부가 입을 타격은 국무부 외교문서 공개 때보다는 덜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관계에 민감한 내용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밀로 분류된 국방부 문서의 유출 사태를 미 정부가 그냥 넘어갈 가능성은 낮다. 문서 유출자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무고한 사람을 관타나모에 가뒀다는 사실은 비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감자 779명 중 150여명은 농부, 요리사, 운전사 등으로 무죄로 판명돼 석방됐다. 779명은 국적별로 아프가니스탄이 223명으로 가장 많고, 사우디아라비아 135명, 예멘 110명 순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