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외교전선 긴박… ‘꼬인 방정식’ 풀리나

입력 2011-04-25 18:32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 운명의 26일이 밝았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으로 가고,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는 서울에 온다. 워싱턴에서는 한·미 2+2(외교·국방) 차관보급 회의가 열린다. 정부는 우연의 일치라고 하지만 남북한과 미·중이 머리를 맞댈 좋은 기회여서 한반도를 둘러싼 ‘복합 방정식’의 해법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각 회담의 핵심 포인트를 짚어본다.

◇카터, 김정일 만날까=정부 내에서는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 기간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정부 당국자는 25일 “카터 일행이 중국에서 양제츠 외교부장 등 고위 관계자와 면담하고 전직 국가 원수급 3명이 북으로 가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이들을 피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만난다면 27일 저녁이 유력해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례로 볼 때 북한이 다른 일정을 모두 마치고 맨 마지막에 김 위원장과 면담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나리오라면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28일 서울에 도착하는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우다웨이, 북 메신저 역할?=우다웨이 수석대표는 지난 11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난 데 이어 25일 카터 전 대통령 일행과 면담했다. 미국은 부인했지만 11일 전후로 중국을 방문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도 직간접적으로 접촉했을 공산이 크다. 북한의 속내 등 최근 북핵 문제 해법 도출을 위한 밑그림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인 셈이다.

이 때문에 우다웨이 수석대표가 방한해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모종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다웨이가) 남북비핵화협상 개최에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6자회담에서 북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등 모든 현안을 논의하자”는 중국의 일방적 주장만을 되풀이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미 간 유일한 이견 미사일 사거리 연장 논의는=한·미 2+2 차관보급 회의는 한반도 비핵화, 중동 정세 등 양국 간의 모든 현안을 다룰 만큼 논의의 장이 넓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지난해 말부터 양국이 협상에 착수한 ‘한·미 미사일 협정’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거리 300㎞, 탄두중량 500㎏이 넘는 탄도 미사일의 개발과 보유를 제한받고 있다. 정부는 최장 1000㎞까지 늘려줄 것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다른 나라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북 UEP 안건의 유엔 안보리 상정이 계속 난항을 겪고 6자회담 재개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경우, 대북 압박 카드로 협상이 급진전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당장 사거리 연장이 이뤄지긴 어렵겠지만 꾸준히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