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면담여부 아직 통보 못받아”
입력 2011-04-26 00:20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단장으로 한 ‘디 엘더스(The Elders)’는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디 엘더스는 25일 오전 중국 베이징 래플즈 호텔에서 방북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회견에는 카터 전 대통령을 포함해 디 엘더스 회원인 마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그로 부룬트란트 전 노르웨이 총리,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이 참석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번 방북은 북한 최고지도부의 초청을 받아 가는 것”이라며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 여부는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도 “김 위원장과의 면담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에 가면 심각한 식량부족 상황을 평가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회담의 재개 가능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의 배급량이 평균 1400㎉에서 700㎉로 낮아졌다고 보고했다”면서 “이는 끔찍한 상황으로 우리는 도움을 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누군가의 특사 자격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전용수 목사 석방문제와 관련, “그 문제에 관해 북한과 서로 계획된 바는 없다”면서도 “그의 가족들이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카터 전 대통령을 포함한 디 엘더스 회원 4명은 이날 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 등과 만나 북한 식량문제와 핵문제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양 부장은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디 엘더스가 남북한 사이에서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수행해 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6일 전용기 편으로 평양을 방문한 뒤 28일 한국으로 향할 예정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로써 1994년, 2010년에 이어 북한을 3번째 방문하게 된다.
◇디 엘더스(The Elders)=세계 평화 정착과 인권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각국 전직 지도자들의 모임이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007년 설립을 주도했다. 회원은 총 10명으로 이번 방북 멤버 이외에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데스몬드 투투 남아공 명예대주교 등이 있다. 중동 평화 정착과 인권 증진, 양성평등 등 여러 국제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