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색 신호등 경찰만 “GO∼”
입력 2011-04-25 21:18
서울 도심 교차로 11곳에서 시범운영 중인 ‘3색 화살표 신호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아 경찰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도 새 신호체계 폐지를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조현오 경찰청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혼란을 가져온 점은 반성하지만 장점이 많은 제도여서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 신호체계는 기존 4색등 대신 직진 차로엔 ‘빨간색-노란색-녹색’의 3색등, 좌회전 차로엔 화살표가 들어간 3색등이 설치된 형태다. 화살표를 통해 운전자가 좌회전 허용 여부를 쉽게 알 수 있고 Y자형 등 이형(異形) 교차로에서 진행방향 신호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이 내세우는 장점이다.
그러나 좌회전 정지를 의미하는 ‘빨간색 화살표’가 혼란스럽다는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빨간색이라도 화살표에 불이 들어오면 운전자가 좌회전으로 알고 주행해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여론 동향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면서 “교체나 폐지 주장이 높으면 그렇게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찰이 운전자가 못 알아보는 신호등을 도입해 쓸데없는 논란을 불렀다”며 “어차피 시범운영이기 때문에 정책을 폐지하거나 일부 교체해도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신호체계로 교체할 경우 빨간색 화살표를 기존 신호등처럼 화살표 없는 적색등으로 바꾸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교체·폐지론을 일축했다. 조 청장은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이 가중되면 원상복구 등 다른 조치를 취하겠지만 혼란이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면 그럴 필요 없다”면서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시범운영을 시작한 것은 잘못이지만 설명을 들어보면 도입 취지나 편리성은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익태 경찰청 교통관리관도 “시범운영은 한 달 이상 해봐야 한다”며 “운전자가 편의성을 공감하도록 노력해 여론이 좋아지면 점차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